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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놀이터] 모악작은도서관 시동인 ‘까치밥’2015-02-11

[문화놀이터] 모악작은도서관 시동인 ‘까치밥’


“마흔번째 동인지 상상도 못했죠. 다들 놀라워 해요”


모악작은도서관 시동인 ‘까치밥’

모악작은도서관에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까치밥’이 열린다. 까치밥은 지역 아줌마들이 만든 시동인지다. 1월 28일 마흔 번째 까치밥이 나왔다. A4 복사용지에 프린트해 별다른 장식도 디자인도 없이 스테이플러로 제본해 테이프 마감한 25페이지 분량의 아주 소박한 동인지. 그래도 마음만은 배부르고 행복하다. 직접 쓰고 함께 만들었기 때문이다.

 

“2011년도 11월에 모임을 결성했어요. 안도현 시인이 구이에 사실 때 거기에서 결성식 했어요. 시 쓰고 서로 나누고 다른 시 읽어보고 엿보고 흉내 내고 그렇게 활동한 게 벌써 5년째네요.” 까치밥 동인회장 이소영씨는 “혼자라면 못했을 거다. 함께 하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4명이 시작했는데 그 사이 2명이 더 늘었다.

 

동인들은 처음 문광부의 지원으로 시 수업을 받았다. 완주지역 작은도서관이 마련한 프로그램이었다. “이 지역출신 시인 작가를 파견하는 창작교실이었어요. 그때 안도현, 김용택, 유강희 시인 등에게 시를 배웠죠. 유강희 시인이 마지막 수업 때 동인지를 제안했어요. 그리고는 누구랄 것도 없이 한마음으로 동인을 만들어 직접 글을 써보자 했던거죠.” 동인지의 첫 격려사도 유강희 시인이 썼다. 이후 까치밥은 전통적으로 외부인사의 격려사를 싣고 있다.

 

까치밥 동인들은 둘째, 넷째 수요일 모임을 갖는다. 이소영씨는 “모악작은도서관 주부독서회가 첫째, 셋째 수요일 모임을 가져서 매주 수요일은 도서관에 나오는 셈”이라고 말했다. 까치밥은 50부 정도 만들어 아는 분들에게 우편발송하거나 직접 전한다. 박성일 군수도, 김승환 교육감도 까치밥 독자다. 이소영씨는 “봉투에 넣어서 발송하는데 정말 재미있다”며 “아마추어라서 더 재밌는 것 같다”고 했다.

동인회원들은 매달 2~3편의 시를 쓴다. 이를 각자 읽어보고 조언한다. 이렇게 완성된 시가 까치밥이 된다. 편집을 맡고 있는 유선희씨는 “시를 쓰다보면 뭔가 내 주변을 관찰하고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백경남씨는 “동인들의 시가 다 다르다. 자신을 드러내 그렇다. 시 속에 그 사람의 삶이 다 녹아 있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다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까치밥 동인이자 모악작은도서관 김건희 관장은 “까치밥 동인들 각자가 많이 변한 것 같다”며 “시를 쓰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생각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야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까치밥은 아이들의 시도 받는다. 주로 동인들의 자녀들이다. 아이들은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아서 그렇지 표현이 굉장히 놀랍다는 게 동인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미정씨는 “아이들과 시를 같이 써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엄마랑 한 이런 활동들이 동인지를 통해 기록되잖아요. 정서적으로 자란 아이들이 잘 커서 큰일을 하면 좋겠어요.”

까치밥에 대한 반응은 대단하다. 이소영씨는 “아무래도 아줌마들이 창작활동을 하고 또 매달 한 차례씩 40회를 이어왔다는 게 대견한가 보다”고 했다. 까치밥은 항상 열려있다. 동인이 되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 거르지 않고 시를 내야 한다. 손님시로 6개월 낸 뒤에 동인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하면 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다른 자격은 없다.


완주작은도서관 1호 모악작은도서관

2008년 개관…8800여권 소장
주부·어린이들 사랑방 역할

앞뒤 꽉 막힌 공간, 그리고 온 신경이 집중돼 책장 넘기는 소리마저 조심스러운 곳. 흔히 알고 있는 도서관의 모습이다. 하지만 같은 도서관인데도 분위기가 사뭇 다른 곳이 있다. 자유로운 상상력이 발휘되는 생각의 놀이터다.

“선생님 이 책 읽어 주세요” “…그래서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대요.”

구이면 모악작은도서관의 평일 오전.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모여앉아 책을 읽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책 내용을 나누기도 한다. 도서관 인근 유치원 아이들이다. 7~8세 아이들은 서가에서 저마다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볕이 잘 드는 곳에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진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우리가족은 건축가’를 읽고 있던 김수애(7) 어린이는 “집 짓는 사람이 돼서 아름다운 유치원도 만들고, 꿈이 넘치는 도서관도 만들고 싶어요”라며 수줍게 자신의 소망을 말한다.

지난 2008년 문을 연 완주모악작은도서관은 완주군 작은도서관 1호로 소장도서 8,800여권을 자랑한다. 주요 이용자는 인근의 유치원 아이들과 주부, 평일 오후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집에 가기 전 도서관에 들러 잠시 책을 보고 가기도 한다.

도서관은 지역의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2008년 개관과 함께 시작한 주부독서회도 8년째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외 ‘책 읽어주는 시장할아버지’, ‘언니랑 영어동화읽자’, ‘주말가족극장’, ‘엄마를 위한 도서관학교’ 등의 다양한 지역사회 문화프로그램들을 기획 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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