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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악산 아래, 구이 상학마을] 모악산 아래서 한평생 열혈일꾼 송영자 씨2023-05-16

[모악산 아래, 구이 상학마을] 모악산 아래서 한평생 열혈일꾼 송영자 씨

"여기서 살면서 내 음식 안먹어본 사람은 없을걸?"


송영자(70) 어르신은 상학마을에서만 20년 장사를 했다. 상학마을에 관광단지가 조성되기 전부터, 전라북도립미술관이 지어지기 이전부터다.


처음은 송학사 아래서 노점 장사를 10, 이후에는 모악산 아래에 음식점을 열고 10년간 운영했다


상호명은 상학정 돌솥 쌈밥’. 지금처럼 상가가 많지 않았을 당시엔 영자 어르신의 가게가 유일한 식당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 가게로 모였지. 그때는 도로도 생기기 전이고 일대가 번화하기 전이었으니까. 도립미술관 지을 때 일하던 직원들 밥도 내가 다 차려줬고(웃음).”

그 무렵 어르신의 하루는 새벽 다섯시부터 시작했다.


매일 출근 전에 밭에서 상추, 배추 같은 쌈채소를 수확해갔지. 그날 수확한 것만 사용해야 돼. 하루된 놈, 이틀된 놈하고 차이가 많거든.”

가게는 꽤 큰편이었다. 어르신과 일을 돕던 가족을 제외하고 모두 여섯명의 직원이 있었다. 대표 메뉴는 강된장 우렁쌈밥’. 그가 직접 담근 강된장을 넣고 개발한 음식이다.


자랑하려니 부끄러운데, 우리집이 참 인기 많았어. 맛집이라고 소문났나봐. 손님이 끊이질 않아서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계속 일했어. 지금은 영업 중에 잠깐 쉬는 시간을 갖는 가게가 많지만, 그땐 그런 것도 없었으니까.”

긴 세월 한 자리를 지키며 장사해온 만큼 단골 손님도 많았다. 영자 어르신의 식당은 2017년 모악산에서 전주시 평화동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어디로 이전한 것인지 전화로 주소를 묻는 사람들도 수두룩했다.


어쩌다 알음알음 찾아온 손님이 있었는데, 주방으로 와서는 그때 모악산 아래서 했던 집이 맞냐고 확인을 하고 가시더라고. 가게를 옮겼는데도 잊지 않고 찾아와주는 누군가 있다는 게 참 감사했지.”

그렇게 오랜 시간 부지런히 손님을 맞이했던 어르신은, 지난해부터 장사를 완전히 그만두었다. 점점 건강 이상 신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관절염은 늘 있었고 무릎이 약해지다보니 넘어지기도 일쑤였다. 이로인해 발바닥에 골절을 입기도 했다.


속상하기는 해도 이제 그만해야겠다 싶었어. 나이가 들다보니 몸도 예전같지 않고. 이제 쉬어야지.”

하지만 다짐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그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한평생 부지런히 살아온 습관이 남아 어르신을 변함없이 살게하는 모양이다.


집 옆에 자리한 텃밭에 열무, 생강, 고추를 심어 기르고 남은 시간엔 마당의 나무와 200여 개의 다육 식물을 돌본다.


하나, 둘씩 모으던게 웬만한 화원 못지않게 많아졌어(웃음). 물을 잘 흡수하도록 주기적인 분갈이를 해줘야하는데 그 때문에 화분 수집하는 취미도 생겼지. 잘 키워보려고 공부도 많이 해. 듣기로는 저마다 맞는 흙 성분이 있더라고. 한 가지만 넣어서는 안되고 골고루 양분을 주려면 여러 가지 흙을 섞어줘야해.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취향이 다른 것처럼 얘네도 딱 그래. 남은 생은 이렇게 꽃나무, 다육이나 가꾸며 차분히 늙어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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