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 아래, 구이 상학마을] 음식점 '산촌'2023-05-16
집밥같은 음식으로 30년째 한자리
상학마을을 지켜온 건 비단 토박이 주민들 뿐만 아니다. 같은 자리에서 30년간 매일 같은 시각 문을 열고 변함없이 따뜻한 식사를 내어주는 가게 '산촌'이 있다.
전주에서 970번 버스를 타고 상학 정류장에서 내리면 도보 1분 거리, 전북도립미술관에서는 도보 5분 거리에 자리한 곳. 산촌은 지난 1993년 9월 11일 처음 문을 열었다.
주인 이경화(55) 씨는 그날의 기억이 여전히 또렷하다고 전한다. 전주가 고향이던 경화 씨가 상학마을로 시집오며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식당 바로 옆이 우리집이에요. 과거에는 시부모님이 살던 오두막이었고, 산촌은 별채였대요. 낡은 집을 새로 건축하면서 별채는 빈터가 되었고 이곳에 음식점을 차리게 된 거예요. 생계를 꾸리려고 남편과 의논 끝에 시작한 일이었죠. 요리 실력이 꽝이라면 도전도 못했을텐데, 다행히 솜씨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용기내어 도전하게 되었어요. 또, 인근에 모악산 등산객들이 있으니까 손님도 많이 모이겠다는 생각이었고요."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 다섯이었다. 어린 청년이 가게 문을 열자 마을 주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식당을 찾아 도움을 주었다. 처음 다인분 요리를 하며 간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던 경화 씨에게 저마다의 비법을 귀띔해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홀로 가게를 운영하기엔 참 이른 나이인데, 당시 어른들이 봤을 땐 얼마나 어려보였을까요.(웃음) 그분들 덕에 잘 적응하고 해결할 수 있었죠. 참 감사한 일이에요."
그 젊은이는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 올해로 쉰 다섯의 프로 주방장이 되었다. 긴 시간 한 자리에서 장사하다 보니 오래 전의 단골 손님을 다시 마주하기도 한다. 그들 중에는 10년만에 찾아오는 이도 있었다.
"등산하러 오셨다가 겸사겸사 옛날 찾았던 식당에도 와보시는 거 같아요. 서울로 이사갔다가 생각나서 왔다는 분도 계셨어요. 우리 가게가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될만큼 오래되었다는 것에 새삼 보람도 느끼고, 그런 손님을 뵈면 꼭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처럼 무척 반갑기도 해요.“
현재 산촌은 딸 송예슬(33) 씨와 함께 운영 중이다. 보일러 정비원으로 일하는 남편도 이따금 일손을 돕고 있다. 휴무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 7시부터 음식을 준비하고 11시경 문을 연다.
“식재료는 직접 농사지은 작물을 사용해요. 그러다보니 저희 반찬을 보면 제철에 난 열매와 나물이 뭐가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죠. 이맘때는 고사리, 능이, 두릅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이밖에 다양한 메뉴가 마련되어있지만 그중에서도 손님들이 주로 찾는 메뉴는 산채비빔밥과 묵은지 닭볶음탕이다. 경화 씨가 자신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이번 봄에는 여느 때보다 특히 손님이 많이 오셨어요. 최근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해제로 나들이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인 것 같아요. 어떤 때는 등산객보다 인근 지역에서 찾는 분들이 많기도 했고요. 먼 곳까지 걸음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이곳에서 맞이하겠습니다. 언제든 푸근하고 건강한 ‘집 밥‘ 이 그리우면 산촌을 찾아주세요.”
[정보]
주소_ 완주군 구이면 상하학길 100-1
문의_ 063-222-8262
영업시간_오전 11시~오후 8시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