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반기는 화원마을] 김영숙 이장20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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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마을 김영숙 이장
젊고 차가 있어 자연스레 마을일
서울생활 싫어 10년 전 귀촌
9년간 부녀회장에 올해 또 이장직
마을 모정에서 김영숙(57) 이장을 만났다. 이웃들에게 집에서 챙겨온 사과즙을 따라 주고 있었다. 영숙 씨는 웃음이 많다. 목소리에 생기가 있고 활발하다. 화원마을로 온지 10년차. 그 중 9년은 부녀회장을 지냈고 올해부터는 이장을 맡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고 차가 있다 보니 자연스레 마을 일을 하게 된 거 같아요. 부녀회장을 9년 했는데 마을 분들이 이제는 여자도 이장을 하는 시대라며 저보고 이장 하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책임이 무거워요. 그래서 마을일에 더 집중하려고 제 개인 업무도 조금 줄였어요.”
서울에서 20년 산 도시여자 영숙 씨는 아파트 생활이 아닌 조용한 시골 생활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이사 가는 문제로 남편과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이제는 남편이 이곳 생활을 더 좋아한다.
“시멘트가 싫었고 이웃들과 살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데 여기 오면 시골집 온 거 같아서도 더 좋을 거 같았죠. 지금 꿈이 이뤄졌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에서 경각산을 보면 풍경이 매일 달라요. 자연이 주는 기쁨은 또 다르더라고요.”
일반적으로 외지인이 귀농귀촌을 하면 원주민과 섞이기 쉽지 않다. 영숙 씨네는 조금 달랐다. 의식하지 않고 이웃과 오가며 인사하며 자연스럽게 주민이 되어갔다.
“이사 오고 눈이 많이 온 적이 있어요. 남편이 저희 집 앞을 치우면서 이웃집 눈도 치우고 그랬어요. 당연한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소한 부분을 어르신들이 고마워 해주시더라고요. 제가 전주로 볼일 보러 나갈 때도 면사무소나 밖으로 나가시는 어르신들을 태워드리거나 심부름이 있으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을에 녹아든 거 같아요.”
화원마을은 유독 이웃 간에 사이가 좋다. 한 달에 한 차례는 모든 주민들이 모여 마을회관에서 밥을 해먹는다.
“매달 10일 우리가 마을회관에서 밥을 먹어요. 그날은 어르신부터 젊은 사람들까지 모두 나와서 음식을 해요. 이런 날이 없으면 이웃들이 서로 만날 일이 거의 없더라고요.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마을일을 함께 공유해요.”
일 년에 한 차례는 멀리 여행을 다녀온다. 용인 놀이동산도 다녀왔고 민속촌도 다녀왔고 서울도 다녀왔다. 내년 여행계획도 벌써 세우고 있다. 고양 꽃 박람회나 부산 용궁사 등이 후보다.
“올해부터는 여행 다녀와서 사진을 찍어 놓으려고요. 새로 마을회관을 지으면 그곳에 시간대로 부착해서 함께 보려고 생각 중 이에요.”
영숙 씨의 마을과 이웃 자랑은 끝이 없다. 하루가 즐겁다는 그 말 속에 진심이 느껴진다.
“약속을 하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서로 맛있는 게 생기면 연락해서 함께 모여요. 김치를 담았다고 밥 먹자고 할 때도 있고 다슬기를 잡아서 수제비 같이 끓여먹자고 할 때도 있고. 하루가 즐거워요. 만나서 웃고 떠들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거죠.”
마을에 대한 애착이 많다보니 더욱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앞으로 100가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 그러기 위해 구상중인 것 중 하나가 마을 하천을 따라 꽃길을 만드는 일이다.
“마을에 하천이 있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요. 우리 마을 하천을 따라 하우스대를 해서 넝쿨식물을 심어 예쁘게 가꾸고 싶어요. 냄새나는 하천을 꽃향기로 덮는 거죠. 우리 마을 뒤 고덕산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도움이 많이 필요할 거 같아요(웃음). 사람이 우선인 마을로 만들거예요. 화원마을에서 시작되면 나비효과처럼 다른 마을도, 다른 지역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