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반기는 화원마을] 함께 걷고 같이 쉬는 진정한 단짝20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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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고 같이 쉬는 진정한 단짝
“우리 개는 미국 개야. 중국 개랑 달라. 오천 원에 얘를 샀어. 근데 누가 이만 원에 팔라고 했는데 못 팔지. 안 팔 거야.”
김영태(63) 씨는 귀가 잘 안 들려 발음이 서툴다. 하지만 마음을 열면 누구나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하다. 그가 가는 길엔 꼬리를 흔들며 졸졸 따라가는 개 한 마리가 있다. 이름은 없다. 야! 라고 부르면 쪼르르 달려온다. 발! 이라고 하면 척 하고 올린다. 복슬복슬하고 노르스름한 털을 가져 우리는 복실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멀리서 봐도 둘이 단짝이란 걸 눈치 챌 수 있다. 그가 복실이의 엉킨 털을 빗겨주고 벌레를 잡아주면 복실이는 시원한 듯 헥헥거리며 웃는다.
어느 날 마을 이장이 김영태 씨에게 사과즙 몇 봉을 챙겨줬다. 그는 제일 먼저 복실이를 챙겼다. 입이 짧으니까 종이컵을 조금 구부린 다음 사과즙을 따라줬다. 목이 말랐는지 할짝할짝 잘도 마셨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또 뜯어서 줬는데 이번에는 배부른지 고개를 돌렸다. 속상할 법도 한데 그는 웃어넘겼다. 둘은 가는 길을 함께 걷고 쉴 때 같이 쉬는 진정한 반려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