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으로 오실듯한 어머니
허전한 마음 가눌 수 없네
2026년 2월 12일 어머니가 88년의 삶을 마감하셨다. 또 하나의 박물관이 사라졌다.
어머니는 교회에서는 1938년생 황승림 권사였지만 병원의 이름표에는 1942년생 조순임 여사였다. 시기와 사연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찍 부모를 여의고, 친척 집에서 지내다가 결혼을 앞두고 고모부의 호적으로 옮겨가는 과정 에서 생긴 일로 추측한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생긴 청각장애로 약간의 대인기피가 있으셨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남편과 결혼해서 2남 4녀를 두었고, 그 육 남매는 모두 가정을 이루고 잘 지내고 있다. 부고장에 올라 간 자녀들이 증손녀 둘을 포함하여 31명이었으니 참 다복한 가정을 이루신 셈이다.
나는 손위 시누이가 넷인 큰 며느리다. 결혼 후 시부모님 댁에 얹혀서 살기 시작했으니 어머니와는 28년 동안 고부지간으로 함께 살았다. 어머니는 2년 전 뇌경색으로 오른쪽 편마비가 와 집에서 생활하시다가, 요양병원에서 3개월을 지내셨다.
2년 동안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은 내 인생에서 참 특별한 경험이 됐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노 년의 삶과 임종의 과정을 지켜보며 매 순간 삶 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인지장애가 전혀 없었던 어머니는 대소변 수발을 하는 며느리에게 늘 미안해 하셨고, 고맙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그 표정이 지금도 생각난다.
나의 ‘시월드’의 중심에 존재했던 어머니가 가 셨다. 시어머니가 가시면 며느리는 화장실에서 웃는다는 얘기도 있지만 숙제를 마감한 후련함이 그다지 크지 않다. 9년 전 시아버지를 보내 드릴 때와는 사뭇 다르다. 허전하고 복잡한 마 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고, 곳곳에서 어머니의 체취를 느끼고, 말씀이 찾아올 것 같다.
/전명주(고산 원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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