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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8] 친구를 자매라고 부를 수 있는 감사한 일 2023-08-29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8] 친구를 자매라고 부를 수 있는 감사한 일

나이가 들수록 점점 나를 찾아오고 연락하는 이 없이 고독한 나날을 보내는 시골살이. 웃긴 이야기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고독한 존재로 사는 꿈을 꾸었었다. 막상 마주한 현실은 고독속에서의 만족과 허기짐에 매일을 보내고 있다. 사랑하는 짝꿍과 반려견 둥글이 그리고 자연의 품에서 숨쉬며.. 사람들은 내게 종종 시골에 살면 무섭거나 외롭지 않냐고 물어온다. 그럼 당연히 그러한 순간들이 있다고 어쩔 땐 외로움에 빠져 살 정도라고 웃음지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우리는 모두 외로운 존재지만 언젠가는 진정으로 나를 만나고 싶었을 뿐.

 

내가 완주로 와 농사를 짓게 된 인연은 20대 초반 호주 워킹홀리데이 농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어진 것인데, 지금도 그 때 본 풍경과 야생동물 그리고 수많은 추억을 공유한 친구들을 잊지 못한다. 그치만 언제나 그렇듯 과거로의 여행은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눈시울만 적시기에 나는 가능한 오늘의 삶 현재의 시간을 살고자 한다. 사실 이번 여름은 10년 전 호주에서 가장 가까이 지냈던 대만 친구 엠마가 한국으로 놀러와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호주가 너무 좋아 그곳에서 살자고 다짐했던 우리지만 나는 완주로 그녀는 여전히 호주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 때 호주만이 살길이라 생각했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때만큼이나 완주에서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는 꽤나 많이 변해있었고 그치만 또 어린아이처럼 한없이 웃고 먹고 즐겼다. 살면서 생각이 바뀌고 생활이 달라지면서 인연을 만나고 헤어짐이 반복된다. 그런데 엠마와는 그런 변화가 오히려 우정에 보탬이 되었다. 우리는 나눌 것이 더 많아졌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그간의 여정과 지금의 우리 그리고 언젠가 또 다시 만날 나의 영원한 친구. 시스터.

 

엠마는 한식을 아주 좋아하는데 한국에 와서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해했다. 이미 김치만 수차례 담궈봤을 정도로 한식에 진심이다. 실제로 호주에서 그녀의 직업은 쉐프! 엠마는 언젠가 한식당을 열고 싶어 하는데 나는 옆에서 농사를 짓고 그녀가 요리를 하는 음식점을 하면 재밌을 것 같다. 서울을 둘러본 후 완주에 와서는 경천, 화산, 운주, 고산, 그리고 봉동까지 여러 곳을 함께 다녔다. 그동안 내가 터를 잡고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 보여주고 싶었는데 마침내 완주땅을 함께 디딜 수 있어서 기뻤다. 우리는 서로를 진정한 친구 그리고 시스터라고 여긴다


친구를 자매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참으로 감사한 일인 것 같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만나는 모든 사람이 소중하지만 누구나 조금 더 깊은 인연이 있다고 믿는다. 여전히 그녀와 함께한 매 순간이 눈에 선명하다. 멀리에 있지만 언제나 마음속에 함께 있을 국적도 사는 곳도 다른 나의 친구이자 시스터. 엠마가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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