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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27] 유목의 색2022-09-22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27] 유목의 색

유목의 색


어릴적부터 색감에 관심을 보이고 감각이 있었던 나는 엄마가 손수 만들어주시는 예쁘장한 옷을 입으며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옷에 대한 애정이 패션디자이너에 대한 꿈을 키웠다. 미대에 진학하기 위해 입시미술을 배웠지만 수능이라는 장벽 앞에 처절하게 쓴맛을 보고는 미대 진학을 포기하게 되었고 곧 패션학교를 다니기도 했었지만 사회의 속도와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며 이후로는 한참 동안 패션 관련 예술에 대한 문은 닫아놓았던 것 같다.

 

여행을 하며 자연환경에 눈을 뜨게 되면서 생활 관련 거의 모든 산업이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것을 알게되고는 먹고 사는 것 이외에 가능한 무언가를 하거나 만들지 않으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의식주를 자급하며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들었던 퍼머컬처 수업에서 지속가능한 농사와 더불어 예술, 교육, 경제, 등 다양한 관점의 세계를 접하다보니 자연스레 다시 예술에 대한 관심이 피워오른 것 같다..

 

지난 봄에는 고산도서관에서 토종씨앗 강연을 하다가 먹거리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입는 의류도 어떻게 농사가 지어지는지에 따라 나의 몸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콩이나 옥수수처럼 면을 만드는 목화도 GMO(유전자 변형 농수산물)가 된지 오래이고, 씨앗에 맞추어 제초제나 살충제 등 농약이 세트로 팔리며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있다. 목화를 농사짓는 농부님들의 현실은 건강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씨앗과 의류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며 강연을 마친 후 청소년 친구들을 대상으로 패션 다양성에 관한 문화재단 강의가 들어왔다. 패션이라니! 이제는 나와 관련 없다며 관심을 끊은지 오래였는데 목화 이야기가 씨앗을 뿌린 것이다.

 

인생은 평생을 살아도 다 알수가 없다고 하던데. 어릴적 꿈꾸었던 디자이너는 아니더라도 색의 향연과 패션을 향한 관심과 애정이 돌고 돌아서 온 것만 같았다. 괜스레 영화 나비효과가 떠올랐다. 마침 최근에는 농사를 지으며 주변에 있는 야생초로 천연염색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강의를 기회 삼아 학생들과 함께 집앞 텃밭에서 채취한 들꽃과 들풀로 염색을 해보았다. 패션의 관점을 유행으로써 바라보기보다 환경적이고 윤리적인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담고 표현하는 도구로써 패션을 이해하고, 우리가 먹는 음식처럼 옷이 생산되기 까지의 과정을 탐색해보며 가능한 오래입고 고쳐입기 위한 방편으로 염색을 통해 새 생명을 불어넣는 여정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변화하듯 농업과 패션 등 분야에 상관없이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다.


어릴적 꿈꾸었던 막연하고도 아름다었던 패션세계의 이면에는 그것을 생산하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처해있는 환경, 그에 따른 윤리적인 문제와 생태적 연결고리가 거미줄처럼 엮여있었을 것이다. 꿈이란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풀어내기 위한 여정이 아니었을까. 유목의 삶을 닮은 다채로운 색처럼 말이다.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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