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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25] 토종의 맛 2022-07-20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25] 토종의 맛

토종의 맛


올해는 토종씨앗 농사를 짓는 영농조합 씨앗받는 농부의 일원으로 곡성에 있는 토종학교에 다니고 있다. 토종씨앗은 몇백년 몇천년동안 지구상에서 자연스럽게 이어받아온 씨앗으로 이 땅에 맞는 종자를 말한다. 나라별 지역별 토양과 환경의 특색에 따라 달리 자라온 씨앗은 더욱더 다양하게 적응해왔다. 처음에는 자연현상에 의해서 씨앗이 퍼졌겠지만 인류가 농사를 짓고 씨앗을 받아오기 시작한 때부터는 순수한 종자가 고정되고 또 이따금 육종되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의 끈이 맺어지기 시작했다.

 

요즘 같은 때에는 씨앗을 받아서 이듬해에 심기보다 종묘상을 통해 씨앗을 구입하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씨앗을 받는다는 것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간혹 사람들이 무슨 농사를 짓느냐고 물으면 씨앗 받는 농사를 짓는다고 답한다. 그럴 때 씨앗을 받는 갈무리의 과정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음식을 떠올리면 대게 농장에서 농사짓는 농부를 떠올리곤 하는데 음식의 시작인 씨앗을 심는 시기와 특징, 갈무리하는 방법 등 씨앗의 세계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현재 다니고 있는 토종학교를 주최한 토종씨드림은 우리나라에서 일제강점기 이후로 잃어버린 수많은 씨앗들을 전국적으로 수집하여 기록하고 나눔해온 민간단체이다. 나는 완주에 오기 전 토종씨드림에서 씨앗을 나눔받은 적이 있었는데 씨앗을 사고 팔지 않고 씨앗을 나누어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농사를 지으려면 씨앗이 있어야 하는데 한번 씨앗을 받고나면 평생토록 심을 수 있는 생명의 씨앗이 내손에 있다니! 자급의 시작은 여기에 있었고 그 감동은 여전히 전해지고 있다. 다행인지 인연인지 완주에 와서 씨앗받는농부를 만나 나도 씨앗을 심고 나눌 수 있는 기회가 펼쳐졌고 씨앗을 통해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의 끈이 형성되거나 지역에서의 생활이 더욱 풍요로워졌다.

 

나는 토종씨앗을 심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성의 끝을 경험하고 있다. 하나의 종은 여러의 갈래로 나뉘어 자연교잡으로 인해 또 다른 종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의 주식인 쌀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쌀이 아니고, 백미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과거에 한반도에서 재배된 토종 벼는 1500종에 달했다고 한다. 현재는 모으고 모은 것이 350여종에 이른다고. 다양성의 끝은 어디일까- 이 씨앗 그리고 저 씨앗 다양하게 심어보며 무궁무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토종씨앗은 나의 놀이이자 밥상을 채우는 자급의 시작이며 덕분에 살아가는 생()이기도 하다.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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