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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24] 아이들과 함께하는 풀놀이 2022-06-22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24] 아이들과 함께하는 풀놀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풀놀이 


 

생각이 많을 때 길을 투벅투벅 걷다가도 언젠가부터 어디서나 길을 걷는 재미와 즐거움을 찾았다. 들풀의 이름과 생김새를 알게 된 이후로 발 밑의 작고 푸른 생명들이 꼭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그 전까지는 그저 초록의 풀이었지만 들풀을 밥상에 올려 반찬으로 먹게 되면서 세상의 모든 풀에 대한 나의 관심은 날로 커져만 간다. 콘크리트 틈새 사이로 피어난 생명력 강한 들풀을 마주할 때면 하루의 힘이 불끈 솟아오르곤 한다. 올해 잡초를 주제로 교육을 하고 있는 삼우초등학교에 이어 경천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본다.

 

아이들과 만나는 첫 시간에는 학교나 도서관, 등 우리 생활 주변에 있는 풀들을 탐방하러 간다. 매일같이 들락날락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풀들에게 눈길을 주는 것이 익숙치 않았겠지만 들풀의 이름과 생김새를 익히며 풀들의 세계로 아이들을 안내한다. 오뉴월에 한창인 지칭개, 개망초, 토끼풀, 쇠뜨기, 민들레, 괭이밥, 큰방가지똥, 고들빼기, 엉겅퀴, 광대나물, 질경이 등 여러 가지 들풀이 지천에 살고 있다. 알고보니 우리 아이들 키 만큼이나 작고 어려보이는 생명들도 자세히 보면 참 튼튼하고 사랑스럽다고 느끼게 되는 시간이다.

  

아이들과 산책을 하다가 재미난 풀 하나를 만났다. 바로 갈퀴덩굴인데 이 식물은 덩굴처럼 군락지를 크게 이루며 살아간다. 실제로 잎의 모양도 갈퀴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아이들에게 갈퀴덩굴 한줄기 채취해 옷에 붙여주었더니 신기해 한다. 갈퀴덩굴은 잎의 갈퀴를 이용해 한번 옷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아 꼭 딱풀로 붙인 것만 같다. 아이들은 서로의 옷에 갈퀴덩굴을 붙여가며 풀놀이에 푹 빠져있다.

 

다음으로는 질경이를 만났다. 질경이는 잎줄기를 손톱으로 살짝 끊으면 끊임없이 섬유질이 길게 늘어지곤 한다. 이것이 아주 질겨서 민초의 풀 질경이라 불리운다. 질경이에서 나오는 섬유질을 이용해 머리카락 싸움처럼 질경이 풀싸움을 할 수 있는데 이 재미가 아주 쏠쏠해서 아이들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이 외에도 토끼풀로 반지 만들기, 애기똥풀로 자연염색하기, 냉이의 목소리 듣기, 등 자연을 관찰하며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장난감을 사기 위한 돈이 전혀 들지 않는 자연은 아이들에게 생태적 감수성과 다양한 감각을 일깨우는 무궁무진한 놀이터이다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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