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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송이의 술과 함께 열두 달 4] 완주의 자랑, 송화백일주2022-04-18

[유송이의 술과 함께 열두 달 4] 완주의 자랑, 송화백일주

완주의 자랑, 송화백일주


노란 송홧가루가 날리는 4월이 왔다. 나뭇가지마다 물오른 연둣빛과 화들짝 피어난 산벚꽃이 어우러진 산색을 감상하려는데 어김없이 황사, 미세먼지와 송홧가루가 뒤섞여 봄날은 어쩌다 화창할 뿐이다. 4월 중순부터 5월 즈음, 바람이 센 날 소나무 산에 들어가면 소나무 가지가 후두둑 휘청대며 여기저기 노란 송홧가루를 쏟아내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짧은 한 달 동안 손에 잡히지도 않는 송화를 모아 일 년 농사를 시작하는 술이 우리 고장 완주의 명주, 송화백일주이다.


송화백일주는 유일한’, ‘최초라는 수식어가 유독 많다. 고려 시대에 성행했던 사찰에 기반을 둔 술들 가운데 현재도 모악산 수왕사 주지 스님에 의해 12대째 전승되고 있어 사찰 법주의 원형을 보여주는 유일한 술이다. 솔잎, 송순, 솔송 등 소나무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향과 성질을 가지고 있어 술의 부재료로 많이 쓰이는데 송화를 부재료로 하여 이름을 붙인 술은 송화백일주가 또한 유일하다. 예부터 송화는 어지럼증, 위장병, 이질, 외상 출혈 등에 사용되던 약재로서 두통이나 혈액순환, 위장병을 다스리고자 술로 빚어왔다고 하나 채취 시기가 짧고 방법이 어렵다 보니 송화를 원료로 한 술이 귀한 반증이다. 고산병에 시달리는 수행자들의 혈액순환과 영향 불균형, 심신 수양을 곡차로 다스리고자 했던 사찰 법주의 전승을 위해 술 빚기를 평생의 수행으로 이어온 벽암 스님의 업적 앞에 대한민국 식품명인 1라는 명칭은 합당한 예우이기도 하다.


송화백일주는 38도의 증류식 소주이다. 송화, 솔잎, 오미자, 산수유 등을 넣은 쌀죽으로 밑술을 빚고 고두밥으로 네 번 덧술하여 발효시킨 청주를 증류해 소주를 얻는다. 이 소주에 송화, 솔잎, 산수유 등의 약재를 다시 침출시켜 1년 이상 숙성시켜야 완성된다고 한다. 송화의 노란 바탕에 산수유, 오미자에서 우러난 옅은 붉은 기운이 감도는 술의 색이 우선 시각을 자극한다.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면 강한 알코올 속에 청아한 솔향이 가득 찬다. 목에 넘기고 나면 뜨거운 불기운이 오르고 이내 혀끝에 단맛이 오래도록 감도는데 이는 쌀로 빚은 발효주를 증류해낸 전통 소주에서 느낄 수 있는 고유한 단맛이다. 도수 높은 소주이므로 한두 잔의 음주가 적당하며, 속이 든든해지는 안주를 곁들이되 송화 향을 즐기기 위해서는 양념이 강하거나 지나치게 기름진 안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대중의 선호도에 따라 요동치듯 변화하는 전통주 시장에서 해마다 유수한 술들이 태어나고 또 사라진다. 그러나 대한민국 증류주의 세계에서 송화백일주는 이미 좌표와도 같은 술이다. 양조기술은 연구하고 터득하면 최고가 될 수 있으나, 구구한 역사와 이야기는 쉽게 얻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지역의 품격을 술로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완주 사람들부터 진심 어린 애정으로 이 소중한 문화 자원을 아껴주길 바라며, 선물처럼 찾아온 화창한 어느 봄날이 반갑거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송화백일주의 매력에 흠뻑 취해보시길 권해본다.


 / 유송이는 전통주를 빚고 즐기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가양주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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