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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석의 완주공동체이야기] 귀뚜라미2020-11-12

[이근석의 완주공동체이야기] 귀뚜라미

귀뚜라미

 

올 여름은 유난히 태풍도 많이 왔고 긴 장마로 아직도 산과 들, 주변이 채 상처를 미처 정리 못한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초봄의 냉해와 기후 이상으로 인한 피해는 지금 수확기의 농가가 고스란히 안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감을 따서 곶감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할 농가들은 할 일이 없는 셈이 되었고요. 벼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리고자 애쓴 사람들은 소출이 변변치 않게 나와 수확의 기쁨보다는 한숨으로 들녘을 지나고 있습니다.

 

많은 곤충들이 올해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는 겨울채비를 마치거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많던 귀뚜라미는 어디로 갔을까요?

며칠 단위로 날씨는 겨울로 가는 길목으로 거침없이 가고 있습니다. 농촌에 사는 맛(?)은 곤충들과 함께 어우러져 생활을 하면서 계절의 변화도 느끼게 되는데 유독 올해는 귀뚜라미의 청아한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고 가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수확기 즈음에 논두렁을 나가서도 메뚜기의 부산스러움을 경험하지 못했는데, 귀뚜라미마저 그냥 겨울잠으로 들어갔나 봅니다.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지금까지 농촌을 지키고 농사를 지어 온 분들의 노고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드러내지 않고 큰소리 내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농토를 보존하고, 어려운 시련에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나 다음해를 기약해 왔던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먹는 과정까지 대개 사람의 손이 13번 가야 한다고 이야기하십니다. 먹은 사람들이 그걸 알고나 있을까요? 심으면 그냥 수확을 하고 우리 밥상에 오른다고 안이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보면 화가 납니다.

올해 김장이 걱정입니다. 필요한 다른 양념 채소류도 재배가 잘 되지 않았지만, 특히 배추도 제대로 키우지 못할 기후로 몇 번 갈아엎고 심어 수확을 기다리는 분들도 있는데, 이것을 알까요?

수해를 입어 한톨의 수확을 얻지 못한 분들, 농지가 자갈밭으로 변한 곳, 냉해로 제대로 된 수확을 하지 못하는 과수원들, 장마로 백화현상이 일어나 소출이 반으로 줄은 논농사를 짓는 분들, 알지 못하는 여러 어려움을 겪눈 분들이 있지만,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내년을 다시 일어나서 준비할 것입니다.

 

귀뚜라미가 올해 울음으로 저녁을 수놓지 못한다고 해서 내년에도 그럴 것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우리 농촌이 그랬듯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내년에는 올해 못한 청아한 소리를 더 크게 다시 낼 준비를 할 것입니다.


/이근석은 귀촌해서 고산 성재리 화전마을에 살고 있다. 전북의제21 사무처장을 거쳐 지금은 소셜굿즈센터장으로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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