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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의 비봉일기 3]2020-10-15

[나카무라의 비봉일기 3]


산기슭에서

 

구월 모일 날씨 흐린 후 맑음

 

농장에 망아지와 망아지 어미, 양 네 마리, 그리고 강아지가 있다. 망아지는 사람이 다가가면 어서 오라고 하듯 바지를 물어 당긴다. 강아지는 개집 옆에 묶여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강아지와 같이 뒷산에 가려고 한다. 원래 목양을 했던 종이라 조상은 먼 나라에서 왔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강아지는 가끔 멀리를 보며 고향 생각에 잠겨있다. 어느 날 어떤 아저씨가 나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개를 묶지 않으면 우리 밭을 마음대로 뛰어다녀서 엉망이 되어 버린다고. 세상 사정은 여러 가지다.

 

구월 모일 날씨 흐림

 

한 달 전에는 나보다 힘차게, 나를 앞서 이끌던 강아지가 요즘에는 나와 함께 가려고 걸음을 맞추어 준다. 어디 몸이 아파서 그런가 싶었는데 나를 좋아해서 그런다고 한다.

산에서 내려와 개집 앞에서 헤어질 때면 맑은 공기에 흡족한 강아지는 고맙다고 얌전하게 허리를 내리고 앞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꼬리를 흔들고 눈을 맞춘다. 오히려 내가 고맙지, 준 것보다 받는 것이 많은데. 내가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강아지가 나를 여기저기로 안내하는 것이니까.

 

구월 모일 날씨 완전히 맑음

 

추석이다.푸른 하늘이 높다. 산에 갔는데 잡초만 무성했던 곳이 코스모스 밭이 되어있었다. 함께 온 두 마리의 개도 얌전하게 앉아 있다. 음력 팔월 십오일은 일본에서는 달맞이를 하는 날이다. 수확에 대한 감사를 담아 옛날에는 달에 고구마나 콩을 바쳤다고 한다. 올해 우리 집에서는 선선한 향기가 나는 코스모스를 바칠까 싶다.


/한국생활 10년차 나카무라 미코는 올해 5월 한국인 남편과 비봉면에 정착했습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시민교류를 추진하는 단체에서 일을 하며, 비봉에서는 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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