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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의 비봉일기 2] 농악단에 들어가다2020-09-15

[나카무라의 비봉일기 2] 농악단에 들어가다

마음을 울리는 장구가락에 춤이 절로


나카무라의 비봉일기 <2> 농악단에 들어가다


팔월 모일 날씨 맑음

한국 고유 음악을 하나 배우고 싶어서 농악단의 문을 두드린 6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 연습을 거듭해 왔다. 두 달이 지난 오늘, 겨우 모두가 일어나서 하얀 끈으로 장구를 몸에 묶었다. 징을 치는 사람 뒤에 장구를 잘 치는 순으로 줄을 선다. 나는 맨 마지막이다.

금색이 동그랗게 빛을 내며 높이 올라가 꽹꽹꽹꽹소리가 울려 퍼지면 시작이다. 느린 장단이 되풀이되어 표정을 바꾸어 가며 계속된다. 분위기가 점점 올라간다. 가락이 고비에 와서 빠른 장단으로 넘어가면 불길이 일어 판은 열을 띤다. 꽹꽹꽹 덩덩덩 꽹꽹꽹 덩덩덩. 북이 물러나면 장구 한 대가 나와 꽹과리와 마주 서 흥겨운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은 타악기를 왜 좋아할까. 그 소리를 들으면 내 몸속을 흔들며 흥이 목청까지 솟아올라와 머리는 좌우로 움직이고, 어깨는 들썩이고, 손은 물결을 치고, 다리는 발놀림을 하고 싶어 한다.

일본 축제는 신이 내려오는 수레를 끌고 다니며 음악에 맞추어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면서 따라간다. 풍년을 기원하고 감사를 올린다. 뱃속까지 울리는 북 소리가 힘차게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우리는 깨어나서 일상에서 풀려난다. 자유를 얻어 웅성거림에 취한다.

빌어보세큰 소리와 함께 꽹과리 소리가 한층 더 퍼져 정점을 알린다. 내 장구도 덩덩덩 응한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비봉 땅에 비친 달아~” 목청껏 외친다. 모든 악기가 울려 댄다. 꽹꽹꽹 광광광 덩덩덩 따따따. 이 소리 울려 잇고 이어서 세계가 춤을 추겠다.

 

팔월 모일 날씨 흐린 후 맑음

약수터에 물을 길러 갔다.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 트럭으로 온 세 명이 움직인다. 큰 탱크를 많이 가져와 물을 받는 사람과 나르는 사람, 싣는 사람으로 나누어져 있다. 약수터 물로 영업을 하는지 작업은 묵묵히 계속된다.

뒤에 기다리는 어르신 부부는 여기서 얼굴을 씻으면 돈 내야 해.” 농담으로 분위기를 살려주신다. 부인은 음료수나 과자를 우리에게 주면서 약수터 유래를 알려주셨다. 깊은 산속에 있지만 여기가 유명해지면 북적거리니 우리만의 비밀로 하자고 약속을 했다. “인터넷에 올리면 안 돼.” 웃음소리가 우거진 나무 사이에 퍼졌다. 올려다보니 높은 하늘에 봉황새들이 평화롭게 춤을 추듯이 눈부셨다.

 

/한국생활 10년차 나카무라 미코는 올해 5월 한국인 남편과 비봉면에 정착했습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시민교류를 추진하는 단체에서 일을 하며, 비봉에서는 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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