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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공동체이야기] 무당벌레의 겨울나기와 공동체2017-02-14

[완주공동체이야기] 무당벌레의 겨울나기와 공동체

무당벌레의 겨울나기와 공동체

 

지금 한창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동물들은 굴을 파고 들어가거나 빈 동굴에 들어가 새 봄을 맞이하기 위해 몸을 추스리고 있을 것이다. 늦은 가을까지 몸의 양식으로 배를 가득 채우고 나면 긴 동면의 시간을 갖는다.


성충으로 겨울을 나는 곤충들이 몇 종 있다. 나비 중 뿔나비는 성충으로 나뭇잎 밑이나 돌 틈 밑에서 겨울을 나는 종도 있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당벌레는 겨울을 나기 위해 따뜻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 겨울을 나는 모습을 만날 수 있는데, 간혹 실내 창틈에서 마주치거나 나무등걸 속에서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농촌에서의 겨울은 농한기이다. 옛날엔 우리 어른들은 이 농한기에 동네 사랑방에 모여 노름(?)을 하거나 새끼줄을 꼬아 가면 추운 겨울을 서로 의지하며 보냈던 모습이 생각난다. 이것은 단순히 모여서 노닥거리는 모습으로 비춰 질 수 있지만 내심으론 한 해 농사를 뒤돌아 보고 새 봄에는 어떻게 농사를 지을 것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서로간의 배우고 가르쳐 주는 시간일 것이다.

 

이 즈음이면 올해 마을 사업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는 곳들이 있다. 교육을 받거나 사업을 위한 컨설팅을 받거나 회의를 하면서 움추렸던 마을들이 기지개를 피려고 한다.


그런데 마을의 일은 한 두 사람의 의지나 힘으로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 간혹 도회지에서 시골마을로 이사를 와서 의욕적으로 도시에서의 알고 있던 것으로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고 자신만을 따르면 모든 것이 만사형통할 것이라고 포장(?)하려고 한다. 마을의 흐름이나 정서를 무시한 채 말이다. 하지만 마을 어른들의 마음이나 몸이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이러한 묻혀 있는 것을 잘 들여다 보지 못해 마을 일들이 오래가지 못하고 오랫동안 이웃사촌으로 살던 관계가 흐트러지고 이사가고 소송까지 가는 사례들이 종종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이 말은 쉽게 말하지만 내실 이것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 무당벌레들처럼 서로 몸을 빗대고 겨울을 나듯이 서로 마음을 모으고 힘을 모으는 것이 모든 일의 출발이라고 본다. 공동체의 힘만이 마을 사업의 기초이자 출발점이다. 이 기초가 얼마나 튼튼하게 만드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다. 특히 이것은 우리 완주에서 강조하고 강조하는 사항이다.

 

마을 사업이나 일은 녹녹한 것이 하나도 없다. 개인이 사업을 해도 어려움이 많은데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업을 마을이 공동으로 그것도 돈이 왔다갔다하는 일로 진행한다는 것은 더군다나 힘들다. 모든 사람들이 역할을 어떻게 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힘이 있는 사람은 힘이 있는대로 나이가 든 분들은 나이가 든 만큼의 지혜로, 여성은 여성대로 한 사람의 소외됨이 없이 참여하게 만들어야 한다. 뒷전에 나가 있는 사람을 최소로 해야 한다.


진행하다가 소수로 일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쉬더라도 다시 공동체성을 회복시키는 과정이 반드시 가져야 한다. 개인이, 몇몇이 하는 사업이 아니기에 더욱 더 이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이웃의 정을 살리고 남은 삶의 여생을 사업을 통해 생활의 기쁨을 만들고 풍요롭게 하자는 것이다. 사업을 통해 일확천금을 벌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짧은 기간에 승부를 낼 수도 없다. 천천히 느리지만 과정을 즐겁게, 내 생활에 기름을 칠하고, 마을이 살고 싶고 누구든지 들어와 살고 싶어하는 곳으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내가 즐거워야 남들도 같이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작은 곤충들도 하는 일을 우리라고 못할 리 없다. 새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같이 해 가면서 마을이 활력이 넘치고 정이 넘치는 따뜻한 곳을 만들어 가는 꿈을 이 추운 겨울날에 준비해 보자.


/이근석은 귀촌해서 고산 성재리 화전마을에 살고 있다. 전북의제21 사무처장을 거쳐 지금은 완주공동체지원센터장으로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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