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41] 제로웨이스트 농업은 가능할까? 2023-11-28
제로웨이스트 농업은 가능할까?
얼마전 저녁 봉동에 볼일이 있어 버스를 타고 만경강에 있는 마그네다리 정류장에 내렸다. 내리자마자 그 밑으로 보이는 노랑과 분홍 등 형형색색의 여러 가지 공병들이 무더기처럼 쌓여있었고, 이 곳은 대형 차량들의 정류장인지 수십대의 트럭들이 나열되어 세워져 있었다. 야밤이라 멀리서 알아보기는 어려웠지만 예전에 농촌에서 쓰레기 줍는 일을 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때의 경험으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도로가에 묻혀있는 비료포대와 농약병을 상당량 보았기 때문이다. 그치만 멀리서 육안으로 보고 판단할 수는 없으니 그것이 정말로 맞는지 가까이서 확인하고 싶어졌다. 토양 생물을 죽이고 강물로 흘러가는 농약병이 왜 만경강 앞에 쌓여져 있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내 키의 몇배나 되는 농약병들이 나를 사이에 두고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하늘의 달빛과 가로등 불빛에 의지하며 공병에 써있는 성분을 읽어보았다. ‘바로바로, 쏘나란, 명타자, 풀타네, 신호탄, 삭술이, 팡파레, 근초대왕, 잎에서 뿌리로..’ 이것들은 모두 농약병의 이름. 그리고 그 아래 대부분의 농약병에는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명시 되어있었다. 글리포세이트는 GMO유전자변형작물로 잘 알려져있는 세계1위 종자기업인 몬산토에서 만든 라운드업 제초제의 주성분이다. 2천년대에 들어와서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몬산토의 독점권이 풀리면서 여러 농약회사들이 글리포세이트를 주성분으로 하는 제초제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글리포세이트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초제로 130여 국가에서 연간 8억톤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제초제는 잡초만 죽이는 것이 아니다. 땅에 사는 무수한 미생물을 죽이고, 토양의 양분을 먹고 자라는 작물 역시 이를 완벽하게 피해갈 수 없다. 제초 성분은 음식물을 통해 인체로 들어와 장속에 살아있는 미생물을 죽임으로써 호르몬과 신체의 기능을 파괴시킨다. 모든 생명은 하나로 통하는데 같은 걸 먹고 식물은 죽고 사람은 산다는 것은 자연 섭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도 글리포세이트를 발암물질 2급으로 규정하여 현재 대부분의 유럽에서는 글리포세이트 농약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농약은 토양에 남아있다가 비가 오면 강물로 쓸려내려가 하천을 오염시키고 바다로 흘러가는데 돌고 도는 세상에서 우리가 마시는 지하수 역시 이와 관계가 있다.
나는 한해에도 8억톤이 뿌려지는 농약과 농약병들이 쓰여지고 난 이후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농약 잔여물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공병 재활용이 가능하다면 그 병을 씻은 물은 어떻게 처리될지, 또 태우기라도 한다면 공기중으로 날라가 지구가 숨을 쉬는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리고 다른 농촌 쓰레기처럼 땅으로 묻히게 된다면 토양 생물이 죽어버리는 건 아닐지 말이다. 그러나 어떠한 방식으로도 불편한 사실이다. 어느 한 농부님께서 농약은 약이 아니라 농독이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르는 밤이었다.
자연을 들여다 보면 모든 생명은 숨을 쉬고 사는 것 만으로도 다른 생명을 키워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먹고 싸고 먹고 사는 것 외에 무슨 일이 더 필요할까? 인간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인간의 세상만을 만들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먹고 사는 방식으로 인하여 지구와 지구가 낳은 무수한 생명들이 아파하고 있다. 이제는 무엇을 하는가 보다 무엇을 하지 않고 살아가야 할 시대가 아닐까.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감으로 적어도 우리가 아는 한 우주상의 살아있는 행성인 지구가 숨 쉬고 회복되기를 바래본다.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