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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1] 한겨울의 중심에서 나를 만나다2023-01-10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1] 한겨울의 중심에서 나를 만나다

 


한겨울의 중심에서 나를 만나다


1년간 근무했던 고산 청년공간인 청촌방앗간을 마치고 새로운 삶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달라지는 삶이지만 올해는 가볍고 산뜻한 느낌으로 한겨울을 지내고 있다. 사실 날이 추워지면서 적지 않게 우울병이 찾아오곤 했었는데 올해는 이 겨울이 나를 온전히 감싸고 있는 느낌이다. 드디어 나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고요의 시간. 그래서인지 유난히 올 겨울은 반갑기만 하다. 이 겨울을 보내지 않고 따뜻한 나라로 여행도 가고 싶지만 겨울을 나지 않고 자라는 들풀이 없듯이 올해는 어떻게든 이 계절을 고스란히 느끼고 버티며 자연과 한 몸이 되어간다. 무언가를 계속해서 추구하고 갈망하다보면 사실 그것을 채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저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 인생을 살다보면 나이들어서 늦게나마 후회라도 해보는 것이다. 결국 공부를 하든 여행을 하든 나 자신과 만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나는 이 계절의 고요와 정적을 기회 삼아 자신과 온전히 만나는 시간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외부와의 접속이나 교류를 줄이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마을 산책을 하고 있노라면 겨울의 잎사귀가 다 떨어져서 나의 시선은 낙엽으로 둘러 쌓인 나무의 뿌리쪽으로 향하게 된다. 그동안 뿌리로부터 모든 양분을 끌어올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을 나무에게 떨어진 잎사귀는 겨울을 나기 위한 따스한 이불과도 같다. 덕분에 겨울나기가 조화롭다. 나무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를 살리는 존재의 힘을 보게 된다. 나무가 기대어 살아가는 것은 물과 바람 대지와 공기같은 자연 그 자체이다. 우리네보다 더 단순하고 심플한 원리로 살아가면서도 많은 것을 베풀고 나누는 나무는 사랑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오늘 깊은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생명들처럼 내 자신과 만나는 순간을 오롯이 느껴보고 싶다. 새하얗게 눈에 덮인 산을 바라보듯이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어느 곳보다 멀리에 있었을 마음 너머의 나 자신과 만나기 위해 그곳으로 긴 여행을 떠나며 첫걸음을 떼어보는 해뜨는 아침이다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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