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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 대흥마을이 좋아!] 노인회장 윤덕영-박정순 부부2023-01-09

[소양 대흥마을이 좋아!] 노인회장 윤덕영-박정순 부부




이 마을에서만 60,

이제 여기가 고향


노인회장 윤덕영-박정순 부부

 

대흥마을 가장 안쪽 자리, 산과 맞닿아있고 볕이 잘 드는 집. 이곳에 노인회장 윤덕영(80), 박정순(80) 어르신이 산다. 송광마을에서 스무살 무렵 이사와 자녀를 낳아 키웠고, 출가시킨 후에도 줄곧 지내왔다. 젊은 시절 부부는 이곳을 떠나 도시로 갈 수 있는 기회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독자이자 장남이던 윤 어르신이 부모님을 모셔야했기에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곳에서 보낸 세월이 60, 부부는 송광마을보다 여기서 살아온 시간이 더 많으니 이제 여기가 고향이나 다름 없지라며 환히 웃는다.

 

서로 어우러져 정답던 동네

성인이 된 후 알게 된 마을은 정겹고도 풍요로운 곳이었다. 당시 한지 산업 호황으로 규모도 컸고, 비어있는 집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낮이면 아이들 뛰노는 소리, 웃음 소리가 온 동네를 가득 메웠다. 청년들은 뒤편 당산나무에 올라 활 쏘기 시합을 했고 아낙들은 그네를 뛰었다. 단합과 소통이 잘 되었고, 이웃 간에 허물없이 지내던 시절이었다. 윤 어르신은 종종 마을의 옛 모습을 추억한다.




60년째 대흥마을에 정착 중인 윤덕영, 박정순 부부


일손이 부족하면 누구라 할 것 없이 나서서 도왔지. 이웃의 일이라면 제 가족처럼 기뻐하고, 슬퍼하기도 했고. 또 송광마을과 합쳐서 운동장에서 체육대회도 열었고, 노래자랑 열어서 시끌벅적하게 놀기도 했어. 그렇게 집집마다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교류가 잘 되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정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까워.”

어르신은 이렇게 이야기 하다가 문득 옛날 얘기 하면 젊은 사람들은 싫어하겠지라며 물어왔다. 그러면서도 마을의 역사를 계속해서 되새기고 기억해야해. 과거가 있어서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는 것이니까라며 당부했다.

 

매일 일기쓰는 남편과 부부의 소원

1980년 무렵 마을은 한지 산업의 중심지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리하여 집집마다 한지를 제작했으나 부부 내외는 예외였다. 이유를 묻자 윤 어르신은 그냥 소질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한지 만드는 것을 제외하면 안 해본 일이 없다. 축산업은 물론이고, 화훼농과 과수원, 양잠농업에 이르기까지 자녀를 교육하기 위해 몸이 허락하는 한 많은 일을 해냈다. 지금은 부부가 먹을 정도로만 짓는 텃밭 농사가 전부다. 그럼에도 일과는 변함없이 바쁘게 흐른다. 매일 새벽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건강을 위해 뒷산에 오르기도 하고 오랜 취미이자 습관인 성경 필사또한 하루도 빠짐없이 해오고 있다. 덕영 어르신은 올해로 필사한 성경책만 3권에 달한다. 아내 정순 어르신은 막내 아들로부터 컴퓨터를 배워 성경 구절을 문서로 작성하기 시작했다.






덕영 어르신은 3권의 성경을 필사했고 매일 일기를 적고 있다.



남편은 꼬박꼬박 일기도 적어. 그렇게 적은 게 몇 권이나 되는지 세어보기도 힘드네.”

어르신이 보여준 일기장에는 그날 신문 1면에 보도된 기사, 자녀들과 통화하며 나눈 내용, 날씨와 기분 등의 내용이 빼곡히 담겨있었다. 근사하고 멋진 글은 아니었지만 어르신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부부에게 앞으로의 바람을 묻자 단 두 가지라고 답했다. 가족들이 건강한 것은 물론이고 마을에 전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여 북적북적 단란히 살아가는 것이다. 꼭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웃 간의 거리가 지금보다는 좁혀지길 꿈꾼다.

요즘 우리 마을에 귀촌인들이 많이 생겼어. 예전처럼 동네에서 아이들 소리가 다시 들리기도 하고. 그럴 때면 얼굴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기도 해. 앞으로도 사람들이 대흥마을을 잊지 않고 찾고, 공동체도 만들어 정답게 살아가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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