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기획특집

[비봉 소농리 원소농마을] 11년 부녀회장 심철례 어르신2022-04-20

[비봉 소농리 원소농마을] 11년 부녀회장 심철례 어르신

푼돈 모아 세월을 엮다보니 여기까지


내가 도울 수 있는 한 10원이라도 나누고싶어


마을 빨래터 옆 한쪽 골목에 빨간 네발 오토바이가 보였다. 심철례(77) 어르신이 가파른 현관 앞에 오토바이를 바르게 주차해 놓은 것이었다. 어르신은 우리 큰아들이 다리 아프니까 하나 장만해줬다며 웃었다. 집에서 몇 미터 떨어진 밭에 다녀오신 어르신은 오토바이를 능숙하게 다루며 웃음 지었다.


 

올해로 51년째 마을에 살고 있는 철례 어르신은 익산에서 이곳에 시집 온 뒤로 정착해 살고 있다. 어르신은 그 당시로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스물일곱에 결혼했다.


원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정결한 정녀를 꿈꿨었지. 언제부턴가 건강이 계속 안 좋아졌는데 주변 어르신들이 결혼하면 아픔이 사라진다고 해서 결혼하기로 결심했어.”


그렇게 어르신은 중매로 결혼식을 올렸고 현재 슬하에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남편도 건강이 안 좋아져서 어르신이 집안 가장 노릇을 하며 자식들을 키워냈다. 누구보다 강한 책임감은 마을에서도 볼 수 있었다. 어르신은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부녀회장이었다. 새마을운동 때 마을 길 만드는 사업에도 힘을 보탰고 빨래터도 조성했다.


부녀회장 하면서 옛날부터 빨래터로 썼던 냇가에 구조물을 만들었어. 원래는 내려갈 계단도 앉을 데도 없고 불안했었는데 이제 좀 편해졌지. 지금은 위에 공장들이 많이 들어서서 물이 깨끗하진 않아도 밭에서 따온 채소들을 초벌로 흙만 털어내기 좋아.”


요즘 어르신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공병과 폐지를 줍는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원불교에서 후원하는 봉공회에 십여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TV를 볼 때 후원 전화가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시는 것이다.


몸이 성치 않아서 일하는 게 쉽지 않지. 그런데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내가 도울 수 있는 한 10원짜리라도 나누고 싶어.”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비봉 소농리 원소농마을] 4년차 이장 최조림 어르신
다음글
[비봉 소농리 원소농마을] 옛길 복원해 산책로 조성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