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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 옆 상전벽해 지암마을] 휘-돌아 마을 한 바퀴 2022-02-17

[청사 옆 상전벽해 지암마을] 휘-돌아 마을 한 바퀴

삶의 자리는 끊임없이 뒤척이고 사람은 또 적응하네


날이 좀 풀렸는가. 운곡저수지에 물안개가 피어 올랐다. 안개는 서로 다른 두 온도가 만나야 만 들어진다. 운곡리 지암마을 단층집들 위로 아파트 단지가 우뚝 솟아오르고 있다. 지암새터길이란 도로명처럼 새로운 터전이 열리는 것이다. 완주군청이 들어서며 시작된 변화는 주민들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풍경을 마주한 주민들은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마을의 변화가 번화로 이어졌으면

“아파트 생기는 걸 보니까 심란하다. 원래는 조 용했는데 공사 소리도 나고 모르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니까 아직 어색하다. 그래도 앞으로 살다 보면 좋아지겠거니 생각한다.” 김서운(81) 어르 신은 사람은 어떻게든 적응하게 돼 있는 것 같다 고 덧붙였다.

다섯 살 무렵 간중리에서 지암마을로 온 최병오 (85) 어르신은 이곳에서 무려 80년의 세월을 보내며 마을의 크고 작은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 서 목격해왔다. 차도 없고 제대로 된 길도 없던 시절 전주까지 30리를 걸어 장사하러 갔던 일, 새마을사업 때 처음 도로가 개설되어 버스가 들 어왔던 일, 군청 건물이 지어지며 4차선 도로가 났던 일도 꼭 어제처럼 생생하다. 그는 “최근 마 을에 또 한 번의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이 개 발로 더욱 번화해서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마 을, 편리한 마을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암마을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큰 동네, 작은 동네로 나뉜다. 주민들끼리 ‘큰 동네’ 또는 ‘새터’라고 부르는 지암 북쪽에는 화정저수지에서 내려온 물이 흘러 하천을 이루고 있다.


다섯살에 이사와 80년을 지암마을에서 지낸 최병오 어르신


강부월(87) 어르신은 다른 어르신 세 분과 함께 바위에 앉아 쉬고 계셨다. 강 어르신은 “날이 좋지 않으면 못나오는데 웬만하면 나와서 같이 운동한다. 코로 나 전에는 보통 회관에서 놀았다”며 웃었다. 이 들은 평소 함께 동네산책을 즐기는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마을에 도랑이 흐르 고 길도 잘 돼 있어서 살기 좋다. 좁은 골목길은 새마을사업 때 넓혔고 차도는 그 다음에서야 생겨났다”며 말이다. 과거에 지암마을을 비롯한 용진 운곡리는 ‘녹두 밭웃머리’라고 불리는 척박한 곳이었다. 당시에 는 주민들이 사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저수지 가 생기고 나서는 농사도 짓고 살기 좋아졌다. 부월 어르신은 하천을 바라보며 “여기 바로 앞에 서는 빨래를 했고 좀 위로 올라가면 보가 있는데 거기선 목욕도 했다”고 말했다.



동네산책을 즐기다 다리 옆에서 쉬고 계시는 어르신들.



새로운 봄을 준비한

강아지와 산책 중이던 표춘옥(82) 어르신은 마 침 완주군청 주차장에서 공공근로를 마치고 돌 아오던 길이었다. 어르신은 “일주일에 세 번 군 청으로 일하러 나간다. 오늘은 볕이 좋으니 집 앞을 조금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지암마을 에는 춘옥 어르신처럼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공 공근로 하는 어르신이 여럿 있다. 아직 아침저녁으로 영하권을 맴도는 날씨지만 봄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었다.


강아지와 산책 중인 표춘옥 어르신


마을에서 아버지 와 함께 사는 최영진(55) 씨는 비닐하우스에 비 닐을 씌우기 위해 철재를 다듬고 있었다. 그는 “비닐 입히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거다. 묘목장 을 만들어 놓고 여기에다 고추 농사도 지을 예 정”이라고 말했다.


고추농사를 지을 비닐하우스를 손보고 있는 최영진 씨


마을 끄트머리에 자리한 하우스에서도 유진구 (63), 김민자(60) 부부가 거름주기에 한창이다. 남편 진구 씨가 트랙터에 거름을 가득 싣고 오 면, 민자 씨가 삽으로 퍼내 땅에 골고루 뿌려준 다. 이렇게 작업을 해두고 일주일에서 이 주 정 도 지나면 거름에 밴 해로운 가스가 모두 빠진 다. 본격적인 농사에 앞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부부는 “하우스 다섯 동에 열무와 경종배추, 파 랑 감자, 아욱 등 다양한 작물을 심어볼 계획이 다. 올 한해 농사가 풍년이면 좋겠다”고 했다.


열무 등을 심을 하우스에 거름을 뿌리고 있는 유진구·김민자 부부


옛 마을회관 자리에 사는 김형식 씨는 4살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랐다. 진안에 있던 보육원이 전 주 중노송동으로, 그리고 완주로 이사했다. 마을 안 이산모자원이 형식 씨가 지냈던 곳이다. 성인 이 되어서는 이곳에서 경비원으로 일했고 지금 은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이산모자원은 현재 한부모가족 보호시설로 운영 중이다. 삶이 고단한 한부모와 어린 자녀들이 잠시 머물며 삶 을 추스르고 있다. 조만간 운곡지구 도시개발이 마무리되면 주민들 은 1200여 세대의 새로운 이웃을 맞이하게 된다. 원주민과 이주민, 단층가옥들과 우뚝 솟은 아파 트 단지, 시골과 도시풍경이 어우러진 지암이라 는 못에서 서로 다른 온도가 만들어낼 물안개는 어떤 모습으로 주민들의 삶에 스며들까.


지암마을은

지암마을은 완주군청 동남쪽에 위치한 마을이다. 마을 모정 아래에 돼지바위가 있어 저암이라 하였고 일제강점 기 때부터 지암이라 부른다. 돼지바위는 바위가 돼지엉덩 이처럼 생겨서 그렇게 불린다. 돼지바위 위에 있던 모정 을 다른 곳으로 옮기자 마을에 나쁜 일들이 발생하여 위 에 모정을 다시 세웠다고 한다. 또 다른 유래로는 마을 안 에 못(池)이 있고 못에 바위가 있어 못바우-지암(池岩)이 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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