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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 옆 상전벽해 지암마을] 이희준 노인회장 2022-02-16

[청사 옆 상전벽해 지암마을] 이희준 노인회장

4대째 같은 집터 지키는 마을 터줏대감


“무탈하게 오랫동안 마을이 보존되기를”


입춘이 지나니 거짓말처럼 추운 기운이 물러가 고 연일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다. 따뜻한 햇볕 아래서 마을을 걷다 경로회관 앞에서 이희준(79) 어르신을 만났다. 지암마을에서 태어나 여태 이 곳을 벗어난 적 없다는 그는 4대째 같은 집에서 터를 지키며 살고 있다. “어느 곳에 가도 우리 같 은 가족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미소 짓는 어르신은 이 마을의 오랜 터줏대감이다.


어르신은 어느덧 자리를 잡고 앉아 옛날이야기 를 들려주었다. 장군바위에서 전주이씨 사람들 이 모여 당산제를 지냈던 이야기, 지암마을이 가 물다 못해 녹두밭 웃머리라 불리던 시절부터 화 정저수지가 생긴 후 풍년이 들었던 이야기 등 마 치 동화책을 읽어주듯 막힘이 없다. “우리 할아버지가 해준 얘기로, 예전에 일본이 용담댐을 막으려다 못 막았대. 항간에 거길 막으 면 마을에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소문이 있었다네. 용진이 용용(龍) 나갈진(進) 한자를 쓰는데 거길 막으면 좋아진다는 거지. 시간이 지나니 아파트 도 짓고 점점 살기 좋아지네 정말로.”


그는 젊은 시절 군대에 다녀온 뒤, 지인의 소개 로 서른 살이 될 무렵 결혼했다. 슬하에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자식들을 가르치기 위해 일평생 농 사만 지으며 살아왔다. 한때 많이 지을 적에는 50마지기(약 1만 평)를 지었다. 벼, 대파, 고추, 들깨며 콩과 참깨 수박까지. 그의 손을 거쳐 간 작물들이 무수히 많다. 하루하루 쉴 틈 없이 흘 러갔지만 자녀들이 건강하고 무탈하게 자라주는 모습을 보면 힘들거나 어렵지 않았다는 그는 “행 복이 별건가.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지내는 게 그 게 행복이지”라고 말하며 환히 웃었다. 어르신 말씀처럼 요즘 그의 하루는 잔잔히 흘러 간다. 겨울 끝자락에 걸터앉아 키우는 복숭아나 무들이 괜찮은지 살펴보고, 천천히 마을을 산책 하는 것이 전부이다. “슬슬 초목들이 기지개를 켤 때라 복숭아가 건강 히 잘 자라도록 이달 말부터 나무 전지를 할 계 획이야.곧 바빠질 때를 대비해서 요새는 그냥 놀아(웃음).”


그는 4대째 살아왔다는 자리에서 낡은 집을 튼 튼히 고쳐 살아가고 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이 공간을 앞으로도 자부심을 갖고 지키고 싶다 는 희준 어르신이다. “이 동네 사람들이 온순하고, 단합심이 좋아. 서 로 이해심도 많아서 싸우는 일도 없어. 이 마을 이 앞으로 더욱 발전되면 좋겠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나쁜 일만 없이 지금처럼 잘 지냈으 면 좋겠어. 없어지지만 말고, 오래오래 보존되길바라는 게 내 바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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