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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피어나는 용암마을] 노인회장 황형연-전점례 부부2021-10-13

[문화가 피어나는 용암마을] 노인회장 황형연-전점례 부부


   

생일 생시로 만난 연분

 

지난 105일 오후 다섯 시. 꽃이 그려진 담벼락과 초록 대문 너머 집에서 황형연(84), 전점례(82) 어르신 부부를 만났다. 마당에는 빨갛게 익은 고추와 콩이 껍질 채 말라가고 한편에는 아담한 꽃밭이 있었다. 마을에서 나고 자란 형연 어르신과 전주 팔복동에서 시집온 점례 어르신은 올해로 58년째 부부로 함께하고 있다. 형연 어르신은 지난 16년간 마을 노인회 총무직을 맡았고 2019년부터는 노인회장을 하고 있다.

그간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부부는 여전히 서로에게 다정했다. 19633월 눈 내리던 날 식을 올렸다는 두 사람은 어떻게 부부의 연을 맺었는지 궁금했다.

형연 어르신은 우리 때는 요새랑 다르게 인물, 직장 이런 거 안 따지고 궁합을 봤다. 생일, 생시 적어 보내서 맞는 사람하고 결혼했던 것이라며 나랑 궁합이 맞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장가가 늦어졌는데 지금 아내는 다른 거 볼 것도 없이 궁합이 너무 좋았다며 웃었다.




꽃밭 앞에서 웃고 있는 황형연, 전점례 어르신 부부.


다른 조건은 보지 않고 사주 궁합으로 인연이 닿은 두 사람은 그렇게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결혼 직후 3년은 형연 어르신네 가족과 다 같이 살다가 이후 분가했다. 어르신 말에 따르면 339번지에서 334번지로 옮겼다고.

점례 어르신은 시어머니께서 3년 같이 살면 따로 집을 지어준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켜주신 거다. 대신 시부모에 시누이, 일꾼 머슴들까지 해서 열 식구를 챙기느라 고생깨나 했다. 옛날 어르신들이 부부가 싸우면 일찍 제금냈다고(따로 살게 했다고) 하는데 우린 성격이 둘 다 순해서 잘 안 싸웠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부부는 바쁜 시간을 보냈다. 형연 어르신은 전주저금관리국에서 10년간 공직생활을 했고 관리국이 사라진 뒤 1년간 무주에서 일했고, 봉동에서 4년간 벽돌공장을 운영했다. 그동안 점례 어르신은 육아를 비롯한 집안일, 농사까지 도맡아 했다.

형연 어르신은 내가 직장 다니고 다른 일 하는 동안 아내가 정말 욕 봤다(수고했다). 생전 일만 하느라 허리가 고부라져서 미안함이 있다며 마음을 전했고 점례 어르신은 우리 집 바깥 양반이 젊어서 억센 일을 안 해봐서 배추 쪼께(조금) 갈고 나서도 병원가고 그랬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가 참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도 농사짓고 일을 꾸준히 해온 부부. 이들의 취미는 다름 아닌 여행이었다. 마을에서 계를 만들어서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로도 안 가본 곳이 없다.

부부는 대만, 태국, 필리핀, 일본 다 가봤다. 근데 작년 2월부터는 코로나 때문에 아예 못 가니까 요즘 적적하게 지내는 중이라며 이제 나이 80 넘어서 바라는 것도 없고 남은 날은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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