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기획특집

[문화가 피어나는 용암마을] 정이희 할머니2021-10-13

[문화가 피어나는 용암마을] 정이희 할머니


  

사는 동안 만난 사람들한테 죄다 고마워

 

실외 기온이 29도를 웃돌았던 뜨거운 오후. 볕이 잘 드는 마루에 앉아 팥을 다듬고 있는 정이희(85) 어르신을 만났다. 얼굴도 모르는 객이 불쑥 찾아왔지만 개의치 않고 오히려 반겼다. 냉장고에서 사과 두어 개 꺼내서 깎아주고 나서야 다시 자리에 앉으셨다.

우리 집 양반이 이진구 씨인데 15년도에 돌아가셨고 지금은 아들하고 둘이 살고 있어. 이 동네에 동래정씨가 많이 살았는데 나도 똑같아. 대신 파가 다른데 나는 대호군파,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풍천공파였어.”

어르신은 봉동 은하리 추동마을에서 스물셋 나이에 시집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용암마을에서 살아온 어르신은 옛이야기를 술술 꺼냈다. 그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도, 재밌었던 것도 다 그 시절이었다며.

애들 갈치고(가르치고) 키우고 돈 벌어가지고 집 짓고. 그때가 힘들어도 재밌었어. 어른들이 나보고 무엇이든 어떻게든 해낸다고 참 부지런하다고 그랬어. 논농사 300평은 지어야 직불제도 탈 수 있었는데 우린 그것도 못 탔을 만큼 적게 지었지만 열심히 했어.”




옆집 사람 생일이 곧 마을 잔치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용암마을도 주민들 간에 큰 갈등 없이 화합이 잘 되던 마을이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살진 않았어도 인심이 각박하진 않았다.

옛날엔 애기들이 돌 지나서 몸살 나면 금방 죽고 그랬어. 내가 낳은 몇 애들도 그렇게 하늘로 보냈거든. 살아 있는 자식이 둘밖에 없는데 동네 사람들도 같이 귀엽게 키워줘서 아프지도 않고 잘 자랐어.”

요즘 어르신의 일상은 먹을 만큼만 밭농사 짓고, 여동생이 박스 채로 보내준 책을 시간 날 때마다 읽는 것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사는 게 어르신의 소망이다. 어르신은 사는 동안 만난 사람들한텐 죄다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
다음글
[문화가 피어나는 용암마을] 노인회장 황형연-전점례 부부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