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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15] 씨앗부터 준비하는 김장일기 2021-09-17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15] 씨앗부터 준비하는 김장일기


씨앗부터 준비하는 김장일기

 

더위가 물러가는 계절 처서의 끝에서 가을을 맞이한다. 나는 3개월 후에 있을 김장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밭을 만들고 씨앗을 파종하고 있다. 작년에는 태어나 처음으로 씨앗부터 김장까지 해보았는데 봄에 무를 *장다리박기 한 다음 5월에 씨앗을 받아 사람들에게 나눔을 했었다. 그리고 11월에는 양가 부모님과 함께 무와 배추를 수확해 김장을 담갔다. 그동안 어머니가 해주신 김치를 먹다가 직접 김장의 날을 열어 부모님과 함께 김치를 담갔던 것이다. 어찌나 감회가 새롭던지 춥고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기억들 모두 추억이 되었다.

 

* 장다리박기는 서리가 오기 전 무를 거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땅에 심어 씨를 받는 것

    

, 작년에 김장 이후로 조선무의 주변을 따스하게 해주면 월동도 하고 내년에 씨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 몇 개를 밭에 그대로 남겨놓고 거두지 않았는데 글쎄 올해 봄이 되고 보니 무의 뿌리가 다 물렁해지거나 썩어있었다. 결국 나는 씨앗을 받을 수 없었고, 아쉬움을 뒤로한채 새롭게 씨앗을 구해야했다. 참 다행인 것은 얼마전에 열린 씨앗받는 농부의 토종씨앗 나눔행사에서 씨앗을 지키고 이어나가는 분들 덕분에 감사히 나눔을 받을 수 있었다. 농부님들은 매해 토종씨앗 농사를 짓기 때문에 나는 그분들이야 말로 살아있는 씨앗은행이라고 생각한다. 매해 새롭고 건강한 씨앗을 받을 수 있으니 마음 한켠이 든든하다. 토종씨앗은 나 혼자 심어서는 종자를 지키는 것이 어렵고 지역에서 토종씨앗을 심고 나누는 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되었을 때 계속해서 심어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올해는 고춧가루를 직접 내어 김장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내년을 기약해야할 것 같다. 대신 마늘과 양파 등 다른 재료들을 잘 거두었기 때문에 만족하는 바가 크다. 처서 무렵 구억배추와 나눔받은 조선무, 연길무 씨앗을 파종하였다. 씨앗부터 시작하는 두 번째 김장이다. 올가을에는 어떤 그림들이 텃밭에 펼쳐질까? 그리고 김치는 어떠한 맛을 담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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