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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테리 입양 이야기2021-09-14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테리 입양 이야기


볼수록 예쁘고 사랑스러운 똥개

테리


안녕하세요. 저는 한 살 1개월이 된 청소년 테리예요.

저는 작년 가을 1010일에 저희 엄마를 만났어요. 그날은 완주별빛데이유기견 입양 파티 날이었는데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날이라 기대와 설렘도 있었지만, 걱정도 많았어요,

제 부모님 중 한 명이 진도여서 다문화가정 백구였고, 태어난 지 2개월이라 아기강아지였지만 형제 중 덩치가 가장 커서 귀엽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어쩜난 가족을 못 만날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늦은 오후 저 빼고 모든 형제가 입양될 때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거 같았어요. 수많은 사람 중 아무도 저를 신경 쓰지 않아서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입양 파티가 끝나려는 순간 엄마가 온 거예요. 그 순간 너무 행복했어요! 엄마 가슴과 어깨에 걸쳐 그 공간을 떠나면서 보았던 옛 이름인 진돌일 때의 마지막 날, 그 날 풍경을 저는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엄마 품에 안겨 엄마 어깨 너머로 보이던 그 날을요!

저는 요즘 집 마당 곳곳을 돌아다니며 제가 찾은 명당에서 그늘 바람 쐬기 놀이도 하고 땅도 파며 놀고 있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바쁜 엄마를 기다리는 게 너무 지루하고 힘들어서 가끔 가출했어요. 몇 번은 몰래 나갔다가 왔는데도 엄마가 아직 오지 않아 몇 번이나 엄마 차를 주차하는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러면 엄마가 도착해서 제가 집에서 나온 걸 알고 놀라면서도 무척 좋아했어요.

그렇게 엄마가 저녁 늦게 오면 심야 산책을 해요. 생각보다 사람이 없는 시골길 달빛 아래를 뛸 때 너무 좋아요.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없어 산책 중간에 엄마가 잠깐 풀어주는데 논가로 뛰어 들어가 물을 첨벙첨벙 밟으면서 벼들 사이로 지나다녀요. 벼 잎이 몸에 사르륵사르륵 닿는 촉감과 풀냄새, 바람 소리가 나를 행복하게 해요.

가끔 제가 크다는 이유로, 똥개란 이유로 싫어하거나 입맛을 다시면서 빤히 나를 쳐다보는 아저씨를 보면 앞으로 내 세상살이가 쉽지 않겠구나!’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잘 태어난 거 같아요. 특히 엄마가 맛있는 걸 주는 날은 더욱이요. ㅎㅎ

엄마도 볼수록 예쁘고 사랑스러운 게 똥개라서 제가 더 좋대요, 길을 지나다 우리를 만나면 자주 자세히 봐주세요. 엄마 말처럼 볼수록 정말 예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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