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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공동체 벼농사두레] 벼농사두레의 한해살이2021-06-17

[농사공동체 벼농사두레] 벼농사두레의 한해살이

벼농사두레의 한해살이


고산권 벼농사두레(이하 벼두레) 회원들은 모농사는 함께 짓고 본답농사는 각자 짓는다. 모농사는 볍씨를 골라 싹을 틔우고 못자리에서 볏모를 길러내는 공정이고 본답농사는 모내기부터 가을걷이에 이르기까지 본답에 옮겨 심은 벼를 기르는 공정이다.

벼두레의 모농사는 동업에 가깝다. 경작면적에 비례해 비용을 대고 공동노동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큰 농가가 자재비 같은 비용을 부담하고 작은 농가는 노동력을 대는 식이다. 이것이 가능한 건 서로의 이해가 맞았기 때문이다. 한두 마지기의 농사를 짓기 위해 따로 볍씨를 구해 소독하고 파종기와 모판을 사서 볍씨를 넣고 각자 작은 못자리를 조성하는 것보다는 공동작업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큰 농가도 노동력이 모자라므로 추가비용을 대더라도 공동작업을 택하는 게 훨씬 낫다. 물론 수익을 나누는 동업과는 다르다. 서로 합의해 공동작업을 하거나 품을 나누고 때로는 형편이 나은 쪽이 조건 없이 지원하니 큰 틀에서는 협업에 가깝다.

벼두레 활동을 범주화하면 공부, 농사, 잔치, 농사, 잔치, 다시 공부가 연 단위로 이어진다. 그 한해살이를 따라가 보자.


 

* 농한기 강좌(1~2)

농한기를 이용해 공부한다. 벼 자연재배의 원리에서부터 농사꾼 건강관리까지 학습주제의 폭이 넓다. 3년 전부터는 회원들의 전문성을 살려 농사뿐 아니라 성 담론, 영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로 작년에는 한 번 열었고 이번에는 한 번도 못했다.

 

  

* 정월대보름 잔치(2/26)

2015년부터 정월대보름 잔치를 열어 달집을 태우고 여기저기 쥐불을 놓고 있다. 풍년과 건강을 비는 것으로 농사철을 여는 행사다. 역시 작년에도 올해도 패스.

    

 

* 씨나락 담그기(4/28)

대개 427일이나 28일에 한다. 사람이 많이 모여야 해서 휴일인 55일로 고정한 못자리 작업을 기준으로 역산하기 때문이다. 못자리 작업 2~3일 전에 파종하고 파종 4~5일 전에 염수선해야 하니 계산해보면 해마다 28일 전후가 된다. 벼두레는 열탕소독한 볍씨를 구매해 염수선했다. 열탕소독은 끓는 물(섭씨 60)10분 동안 담근 뒤 찬물에 담가 종자를 소독하는 작업이다. 3년 전까지는 열탕 소독도 직접 했는데 요새는 되어있는 볍씨를 사서 쓰고 있다. 염수선은 물에 소금을 풀어 비중을 높인 뒤 볍씨를 부어 쭉정이를 골라내는 작업이다. 염수선한 건강한 볍씨를 낮에는 찬물에 담갔다가 저녁에 물을 빼고 아침에 다시 찬물에 담그는 과정을 반복한다. 닷새쯤 지나 볍씨에 촉이 트면 모판에 파종한다.

   

 

* 씨나락 파종(5/2)

벼두레는 포트모 시스템을 쓴다. 흔히 쓰는 통짜모판 대신 400여 개의 포트(씨방)로 된 모판에 볍씨를 넣는다. 전용 파종기계가 따로 있다. 마지기당 20판가량 필요한데 여분까지 23~25판을 준비한다. 작업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졌다. 파종돼서 나오는 모판을 사람들이 1톤 트럭 3대에 차곡차곡 쌓았다. 볍씨를 넣은 모판을 사흘 남짓 쌓아두면 싹이 올라오고 못자리로 옮긴다.

  

  

* 못자리 만들기(5/5)

벼두레는 물못자리를 고집하고 있다. 작업이 힘들지만 볏모에 이롭기 때문이다. 못자리는 어우리 모정 앞 논에 조성했다. 못자리 작업엔 회원 25명이 참여했다. 찬조 출연한 아이들을 포함하면 40명쯤 모였다. 못자리 조성작업은 모내기와 벼베기가 기계화된 오늘날 벼농사 공정 가운데서 단위 시간당 가장 많은 노동력이 든다. 논을 갈아 로터리를 치고 물을 대 수평을 잡고 모판 2개 간격에 두둑을 만들어 또 수평을 맞추고 그 위에 그물망을 깔아 모판을 앉히고 부직포를 덮는 과정까지가 못자리 조성작업이다. 이 모든 작업을 하루에 해치워야 한다. 올해 못자리에 앉힌 모판만 2150, 두둑이 열셋이나 됐다. 그 하나하나를 사람 손으로 옮겨 배열했다. 간혹 두둑이 평평하지 않고 기우뚱하거나 물관리를 잘못해 심하면 못자리를 다시 만드는 경우가 있는 데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못자리가 잘됐다. 수평 작업이 기가 막히게 되었단 얘기.

  

  

* 모판 나르기(6/12)

못자리에서 한 달 넘게 자란 모판은 12일 트럭에 실려 회원들의 논으로 옮겨졌다. 못자리서 본답까지 모판을 나르는 일도 일손이 많이 필요한 일이어서 휴일에 모판을 나르는데 올해는 청년문화마을 다음_타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일손을 보탰다. 모판 나르기까지가 벼두레의 공동작업이다.

  

  

* 모내기(6/12부터)

모내기부터는 회원 각자의 몫이다. 모내기는 대개 하루나 이틀에 끝나지만 그 준비과정은 훨씬 길다. 쟁기질하고 로터리치고 논두렁 만들고 물을 대고 다시 로터리 치고 써레질을 거쳐야 모내기 준비가 끝난다. 사람에 따라 쟁기질과 로터리를 같이 하거나 물 로터리와 써레질을 같이 하는 사람도 있다. 올해 첫 모내기의 주인공은 임상수 씨였다. 그는 농업기술센터에서 포트모판 전용 이앙기를 빌려 12일 열한 마지기 논에 모를 심었다. 13일에는 고산 림보책방 팀이 손 모내기를 했다. 손 모내기가 아닌 회원들은 쓸 수 있는 이앙기가 한 대라서 순번을 정해 모를 심는데 써레질 한 순서로 진행한다. 써레질은 트랙터 등을 이용해 논을 평탄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대개 써레질한 뒤 3~4일 안에 모를 심는다.

   

 

* 우렁이 투입(모내기 전후)

모내기가 끝나면 곧바로 제초용 우렁이를 넣는다. 열대지방이 원산지로 토종 우렁이와 달리 풀을 뜯어 먹는 걸 우연히 발견하면서 제초에 활용하고 있다. 요즘은 제초효과를 높이기 위해 써레질이 끝난 직후에 넣는 편이다. 우렁이값은 킬로그램에 5000원이다. 이중 50%를 보조받아 농가에선 2500원만 부담하면 된다. 마지기당 4킬로그램씩 넣어준다.

  

  

* 물관리/김매기(6월 중순~7월 중순)

우렁이를 이용한 제초에서는 물을 깊이 대는 게 중요하다. 물을 깊이 대면(심수관리) 피 같은 호기성 잡초가 싹 틔우는 걸 막는 효과가 있다. 설령 발아를 하더라도 물을 깊이 대면 우렁이가 논풀을 쉽게 뜯어먹을 수 있다. 논풀이 물 밖으로 올라오면 그게 불가능해진다. 써레질이 부실해 논바닥이 평평하지 않거나 물을 잘 대지 못하면 우렁이를 이용한 제초가 실패하기도 한다. 논풀이 듬성듬성하면 손으로 매는 것으로 충분하다. 김매기 국면이 끝나면 농작업은 얼추 마무리되었다고 할 수 있다. 논두렁에 우거진 풀을 베거나, 웃거름을 주는 일 정도가 남는다.

  

  

* 양력백중놀이(7/15)

백중은 본래 음력 715일이다. 보통 양력으로 8월 중순쯤 되는데 올해는 822일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날 백중놀이라는 잔치를 벌였다. 애벌, 두벌, 세벌로 이어지는 김매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이즈음이라 호미를 씻어 걸어두고 술과 음식을 마련해 일꾼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잔치를 연 것이다. 벼두레는 이 백중놀이를 한 달 당겨 양력으로 치른다. 우렁이가 제초작업을 대신하고 제초기계도 발달해 8월까지 갈 것 없이 7월 중순이면 김매기가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도 코로나 때문에 못 열 확률이 높다.

    

 

* 논배미 투어(8)

회원들이 붙이고 있는 논배미를 떼 지어 둘러보며 작황을 살피고 정보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양력백중놀이 프로그램 중 하나로 출발했는데 몇 년 전에 독립했다. 하지만 너무 더워서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저녁부터는 먹고 마시고 노는 잔치판이다.

  

  

황금들녘 풍년잔치(10)

가을걷이하기 전에 벌인다. 수확하고 나면 칙칙해지니 황금들녘이 뿜어내는 눈부신 색감과 풍요로운 느낌을 즐기려면 수확 전에 열어야 한다. 풍년인지 아닌지는 수확을 해봐야 아는 것이고 그 전에는 풍년이라 우기면 풍년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못 열었는데 올해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가을걷이/나락말리기/방아찧기(10~이듬해 9)

콤바인을 이용한 가을걷이, 나락 말리기, 방아 찧기로 이어지는 공정은 해당 기계나 시설을 갖춘 이에게 맡긴다. 마지기당 3가마(80킬로그램)가량 수확한다. 거둬들인 쌀은 각자 알아서 처분한다. 판매하는 회원도 있고 소포장해서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이들도 있다. 113일 학생의 날에는 지역 아이들에게 직접 농사지은 쌀로 떡을 만들어 나눠준다.

    

   

다시 농한기 강좌(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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