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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기러기로 평지마을] 밀양박씨 종손 박철진2021-05-11

[눈기러기로 평지마을] 밀양박씨 종손 박철진


 

500여 년 시간이 흐른 곳에서

 

빼곡한 일정표처럼 숨 가쁘게 살아온 인생

 

간만에 구름이 걷히고 맑은 날이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집 앞을 서성였는데 개가 왕왕 짖었다. 그 소리를 듣고 박철진(59) 씨가 왔다. 이 집에서 나고 자란 철진 씨는 밀양박씨 18대 종손이다. 그의 집에는 요즘 보기 힘든 제비집이 두 개 있었다. 그는 원래 현관에 있던 제비집까지 3개였는데 그게 문에 달려있어서 어머니가 떼냈다며 웃었다.



집 앞에 있는 제비집.


철진 씨의 집에 들어서니 거실 한쪽에 청백전가라는 글자가 한자로 적혀 있었다. ‘대대로 청렴과 공정을 지킨다는 뜻으로 오랫동안 내려온 집안의 가훈이다.

제가 이정공 할아버지 18대 종손인데 1대에 약 30년씩만 잡아도 600년 되겠네요. 그렇게 따지면 이곳이 500년 넘게 자리 잡은 종가예요. ‘청백전가는 조선시대 성종이 우리 조상에게 호를 지어준 거예요.”

종가는 여느 집보다 제사를 포함한 연례행사가 많을 터. 철진 씨가 보여준 달력에도 날짜 별로 일정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주로 어떤 행사가 있는지 궁금했다.

일단 제사가 많죠. 고조할아버지부터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는 집에서 제사를 지내요. 나머지 윗분들은 시제를 모시고요. 제사 말고는 종친회, 이사회 이런 것들이 있어요.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평상시에 일하면서 종가 일도 챙기려면 쉽지 않았죠.”


철진 씨 집 안 거실 벽에는 '청백전가' 문구가 붙어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철진 씨는 학생 시절에 복싱선수를 했었다. 이후 솔선수범 정신을 마음에 새기며 지역에서 다양한 체육계 임원직을 맡았다. 현재는 전라북도 체육회 생활체육위원, 완주군체육회 이사를 겸하고 있다.

“1989년에 전라북도에서 배드민턴 연합회가 전주에 하나 있었어요. 그때부터 함께 해서 재무 3, 사무국장 3, 회장 7년을 맡았어요. 학교 체육관 고효율 전등사업부터 배드민턴 전용체육관 짓는 것까지 토대를 마련하려고 노력했었죠.”



최근 한국농수산대학교에 다니면서 특용작물, 조경 관련한 수료과정을 밟고 있는 철진 씨. 임업후계자로서 새로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완주군 평생교육원에서 반려동물 자격증과 드론 자격증도 취득했다.

요즘 산림에 관심이 생겨서 산림복합경영은 수료를 마쳤고 조경수를 배우고 있어요. 3월 중순에는 밭에다가 나무 9,000그루 심었어요. 이때 심은 게 3년 뒤면 다 자라는데 그때 판매도 하고 조경에도 사용하려고요. 이렇게 차근차근 배워나가려고 해요.”

철진 씨가 바쁜 시간을 쪼개가면서 공부에 전념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훗날 지역에 반려동물과 함께 뛰놀 수 있는 공원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독거노인이나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반려동물 문화가 발전할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하려고 해요. 현재 부지는 알아 보고 있는 중인데 미래 세대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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