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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공동체] 동상이몽 예술마을 사업 시집 출간 2021-04-12

[웃어라 공동체] 동상이몽 예술마을 사업 시집 출간


홍시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


동상 깊은 산골 촌로촌부들부터 다섯살 어린아이의 구술이 시가 되어 시집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에 담겼다. 동상면은 지난해부터 동상면의 100년 역사문화 자원 찾기와 동상면 주민예술가 만들기 사업으로 동상이몽(東上二夢)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시집은 그 결실 중 하나다. 시인인 박병윤 동상면장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코로나19가 몰고 온 사회적 거리의 비좁은 간격을 넘나들며 틈틈이 발품 팔아 구술채록하고 엮었다. 이제는 101세가 된 백성례 어르신을 비롯해 70여 명에 가까운 지역주민과 출향인사가 기꺼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박병윤 면장은 홍시 먹다 톡톡 뱉어낸 구구절절한 사연들은 이렇게 시가 되었다고 했고 소설가 윤흥길은 진주조개처럼 동상면 시인들은 갖가지 간난신고를 딛고 일어서면서 얻은 인생의 깨달음과 지혜를 오랫동안 내면에서 숙성시킴으로써 스스로 시인의 경지에 들어섰을지도 모른다고 서평했다.




경로당 수다5

물이 좋아서 그려

 

 

, 동상면이 인물이 참 많은 동네랑게

옛날 먼 대사가 인물이 많이 나오는 고장이라고 혔잖여

신문에도 나왔드만

 

저쪽 심씨 집안 아들은 서울대학 나와서 검사지 검사

지금 저기 정부에서 높은 곳에서 일헌다잖여

그라고 저그 윗동네 아저씨는 아들들이 다 의사랴

, 그라고 저그 장로님댁 아들은

서울에서 좋은 대학까지 나와서 유명한 목사님이랴

, 공무원도 많이 나오고 시인도 많이 나오고

저기 이사 온 아저씨는 식구들이 다 한의사랴

 

, 그게 다 여기가 물이 좋아서 그려

 

, 물하고 사람하고 먼 관계가 있당가

 

, 척허믄 알아들어야지

저 할망구는 맨날 따져싸

그렇다면 그런 겨.






자운영꽃 눈물

 

백성례

 

 

전쟁 난리 때 내가 소양 너머 공덕에 피난살이할 때 애기를

포대기로 등에 업고 우리 아버지 어머니 백순필 이성녀를 찾으

러 동상면 수만리 입석을 갔지 아버지 어머니 죽었는지 살았

는지 몰라 무작정 찾으러 나섰는디 우봉 골재를 넘어가는디 태

극기를 짊어진 군인들이 앞서가는디 밤에는 빨치산이 우봉산에

서 나와 꽹과리를 치고 노래 부르고 사람들 다 죽인다고 혀서 군

인들과 함께 재를 넘어 동상면 수만리로 왔지.

 

수만리 입석에는 귀골산에 돌을 모아서 쌓은 곳이 있었지 아

무래도 어머니 아버지가 그곳에 숨어 있을 것 같아 산을 간다 하

니 군인들이 낮에는 우리가 지키니 걱정말고 가보라고 혀서 산

을 올라갔지 돌이 있는 귀골산에 올라가 보니 돌무지가 있었고

학교가 불타고 남은 함석때기로 돌 사이를 틀어막은 그곳을 파

헤치니 세상에 뼛골이 드러난 어머니 아버지가 밥도 못 먹고 죽

어가고 있었지 그 돌무지 속에 숨어 있었지 사람 보이기만 하면

무자비하게 죽이니 숨어 있었지.

 

물도 못 먹고 밥도 못 먹고 죽어가는 어머니를 우리 남편(유성

)이 업고 내려왔고 아버지는 몸을 잡고 부축혀서 내려왔지 어

머니를 업고 와서 논밭에 내려놓으니 죽은 송장처럼 축 처진 어

머니가 자운영꽃 속에 파묻혀버렸지 아버지는 그 옆에서 어머니

를 바라보았지 지나가던 군인 하나가 시퍼런 책보에 싼 주먹밥

하나를 줘서 시얌에 가 깨진 바가지에 물을 떠 와 바가지에 그

밥을 꾹꾹 말아서 어머니 입에 한 입 넣고 아버지 입에 한 입 넣

어드렸지 어머니는 채 삼키지 못한 시얌물, 눈물이 죽죽 흘러 자

운영꽃을 적시었지 천지에 자운영꽃이 활짝 피어 있었지.






홍시

 

수만댁

 

 

감 덕장에 붉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리고

도시로 돌아가는 자식들을 배웅할 때

 

참기름, 들기름 바리바리 싸주면

주름살 톡톡 배인 내손을 꼭잡고

꼬깃꼬깃 푸른 배춧잎을

꼭꼭 쥐어주던 큰 아들

 

홍시를 잘못 먹었나?

헛기침 눈물을 애써 닦으며

내달리던 딸년을 멀리까지 바라볼 땐

그냥 내 가슴 언저리가 홍시처럼

붉게붉게 무너져 내렸지

 

면상님! 썹빠지게 고생헌 이야기라서

이 글에 내 이름 넣지마요!

자슥덕 고생헌 애기 별로 안좋아헝께 

    


 


매운탕 맛을 알어?

 

인정식 산천

 

 

밭뙈기 시래기,

겨울 찬바람 그늘에 말리고

 

살 한 점 없이 쪽 빠진

시래기의 사박거리는 숨소리

대아저수지 물그림자를 적시고

 

수몰된 고향을 먹고 자란

붕어, 메기들은

토실토실 살을 찌우고

 

매운탕에는

고향의 추억을 칭칭 감은 시래기

물고기가 서로를 얼싸안고

보글보글, 짜글짜글

한 세월의 맛을 우려내고 있지

손님들은

 

그 맛을 손맛이라 하지만

우리는 동상면 사람들의 피와 살맛이란 걸 다 알지.






아버지의 지게

 

조인식 묵계

 

 

산에 올랐지

 

지게를 어깨에 메고

한 고개를 넘었지

 

아버지가 네 다발을

지게에 지고 나를 때

 

나는

한 다발 두 다발 결국

어른이 돼서야 네 다발의

짐을 짊어졌지

 

내가 똑같은 무게의 짐을 질 수 있을 때

아버지는 무거운 봇짐을 내려놓으시고

저세상으로 떠나셨지

허청에 남은

낡은 아버지의 지게

 

기름보일러 앞에서

구석 저편으로 밀려 나간

그리움과 추억을 붙잡고

쓸쓸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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