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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의 비봉일기 9] 영화 밥정2021-04-12

[나카무라의 비봉일기 9] 영화 밥정

한국사람과 밥정




삼월 모일 날씨 맑음


대보름날이 지나 사람들이 밭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개가 사라지지 않는 이른 시간부터 이쪽에서 혼자 흙을 나르는가 하면 저쪽에서 가족들이 웃으면서 비닐하우스를 고친다.

농사를 생업으로 하지 않는 나도 뿌린 씨앗에서 싹이 나고 자라 꽃이 피어 열매가 생기면 즐겁다. 먹고 나누면 기쁘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이 흐뭇한 마음은 못 살 것이다. 여울에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딱따구리가 부리로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가 펴지는 맑은 아침이다.

 

삼월 모일 날씨 흐림


개 두마리가 열심히 짖는다. 무슨 일이 이냐 싶어 밖을 보았더니 스피카에서 염소 삽니다.” “개 삽니다.“ 하며 트럭이 우리 집 주변을 돌고 있다. 오랜만에 들리는 소리다. 여기로 오면 안 된다고 개들이 항의하고 있나보다.

 

삼월 모일 날씨 갬


영화 밥정()’을 보았다. 유명한 한국인 셰프가 세상에는 필요 없는 것은 없다며 산을 다니면서 잡초나 나뭇가지, 사람들이 먹지 않다고 하는 이끼까지 모은다. 시골 집 부엌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물로 씻고 아궁이에 불을 붙이고 요리를 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나눈다. 그의 솜씨와 깊은 정에 감동을 받았다.

일본인 친구, 애칭 술 박사는 술뿐만 아니라 음식에도 지식이 깊어 도시에 살면서 손수 된장을 만들기도 한다. 한국을 몇 번 여행한 그녀가 한 말이 생각났다. “한국 사람들은 참 좋은 음식을 먹고 있네.” 다양한 재료와 다채로운 음료, 건강한 전통요리법. 식사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나누어 먹는 문화를 표현한 말이다.

음식은 입으로 들어와 내 몸이 되어 목숨을 이어지는 것인데 쉽게 빨리 만들려고 하는 현대 생활은 무엇인지 잘못한 것 같다. 끼니를 소홀하지 않고 서로 함께 먹는 밥의 정을 이 영화가 알려 주었다.

셰프가 솔방울로 국물 낸 칼국수를 만들었다. 언젠가 나도 도전하고 싶다.





/한국생활 10년차 나카무라 미코는 2020년 5월 한국인 남편과 비봉면에 정착했습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시민교류를 추진하는 단체에서 일을 하며, 비봉에서는 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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