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기획특집

[황운리 남쪽 망표마을] 취미부자 이성용 어르신2021-03-11

[황운리 남쪽 망표마을] 취미부자 이성용 어르신


"직접 키운 고대밀로 발효빵 만들어요"

 

귀촌하고 취미부자 되다

2008, 철쭉이 예쁘게 핀 봄날. 전주에서 이곳으로 귀촌한 이성용(71) 어르신은 현재 마을에서 개발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소양에서 가장 시골스러운 이 동네가 좋아서 이사 왔다.

도시에서는 잠을 자더라도 나도 모르게 신경이 서 있더라고요. 근데 여긴 밤에 캄캄하고 조용해서 온전히 쉴 수 있어요. 시골에서는 마음이 편안한데 오히려 더 바쁘긴 해요.”

재작년까지 학교 통학버스나 관광버스 운전사로 일했던 어르신은 요즘 취미생활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하모니카 연습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고, 3년 전부터는 제빵 기술을 배워 발효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요즘엔 유전자 변형된 밀이 많잖아요. 그게 싫어서 고대밀을 심어가지고 그걸로 빵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소금이랑 물이랑 계량해서 반죽하고 발효종도 넣으면 돼요. 아내한테도 빵 구워서 주면 좋아해줘요.”




성용 어르신이 키우는 고대밀(위)과 산양 세마리(아래).


성용 어르신은 바른 먹거리에 관심이 많다. 직접 키우는 닭한테 달걀을 얻고, 산양이 새끼를 낳고 나면 산양유를 짜서 먹는다. 밭에 토종마늘도 심었다. 사람에게 가장 기초적인 먹는 것이 첫 번째로 중요하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지금 밭에다가는 양파랑 마늘 좀 해놨고 나중엔 고추, 배추, , 깨 조금씩만 해요. 나무는 매실, 사과, , 대추나무 있고요. 우리 집은 채소랑 달걀, 우유까지 다 있으니까 시장 갈 일이 별로 없어요. 가끔 면소재지에 있는 로컬푸드 가서 고기랑 생선 같은 것만 사 먹어요. 이게 참 고마운 일이죠.”

 

욕심 버리고 인정 베푸는 삶

성용 어르신 부부의 소담한 방 안 곳곳에는 일상의 흔적들이 묻어났다. 벽에 걸린 화목한 가족사진, 탁자 위에 놓인 성경책, 악보와 하모니카. 또 붓글씨로 적힌 부러운 사람보다 고마운 사람이 되자라는 글귀에서는 깊은 뜻이 느껴졌다.

사람들이 보통 물질적으로 잘 사는 걸 부러워하잖아요. 근데 사실 가난해도 고맙단 얘기는 들으면서 살 수 있는 거거든요. 삶에서 그런 부분을 생각해보려고 저렇게 걸어놨어요. 마음은 풀과 똑같아서 베어내면 또 자라듯이 내가 욕심을 버리려고 해도 계속 생기더라고요.”



13년 전 마을에 터를 잡은 뒤, 성용 어르신의 몇 지인들도 이사 오기 시작했다. 텃세도 별로 없고 산세 좋은 이곳을 소개해준 것이다. 그는 시골에 살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

지금 다시 전주로 가면 못 살 것 같아요. 아파트도 많고 차도 막히고 답답하잖아요. 또 애들이 가끔 놀러 오면 산에도 한 번씩 가고 맘껏 뛰어다닐 수 있어서 좋아요.”

평소 이웃들에게 트랙터도 빌려주고 나무도 베풀 만큼 인정 많은 성용 어르신. 앞으로 마을에 정착하면서 어떤 삶을 그려나갈지 궁금했다.

개발위원장으로서 마을 사람들하고 더 돈독하게 모였으면 좋겠고요. 또 죽는 날까지 아내하고 건강히 잘 살고 싶어요. 지금처럼 농사도 짓고 저수지 산책도 같이 나가면서요.”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황운리 남쪽 망표마을] 열정봉사꾼 이애순 할머니
다음글
[황운리 남쪽 망표마을] 정말 봄이 왔네요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