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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리 남쪽 망표마을] 최고령 임정님 어르신2021-03-10

[황운리 남쪽 망표마을] 최고령 임정님 어르신


"청국장 맛의 비밀은 자식사랑이지!"

 

마을 둘레길로 산책을 다녀 온 임정님(88)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두 손에 지푸라기를 쥔 채 뒷짐 지고 걸었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묻자 집 가서 청국장 만들어 먹을 때 넣을 거라며 웃었다. 말동무가 되어 자연스레 따라 걷다 보니, 상망표회관을 지나 할머니 집이 나왔다.

 


아이고, 우리 집까지 무슨. 추잡시럽게.”

할머니에게 청국장 만드는 비법을 묻자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이내 웃으시며 지푸라기를 다듬었다. 오랜 경륜이 느껴지는 단단한 솜씨였다.

우리 아들이 내가 만드는 청국장을 좋아해서 직접 콩을 팔아왔어(사왔어). 텃밭에 콩을 키우려고 해도 고라니가 다 뜯어먹어 못 키워. 청국장은 이렇게 짚을 넣어야 잘 때져(발효가 잘 돼). 지금 해 놓고 나서 모레 저녁에나 김치 넣고 삼삼하게 찌면 돼.”

전주에 사는 아들이 종종 집에 오는데 미리 청국장을 만드는 것이다. 망표마을이 고향인 할머니는 이곳에서 결혼해 7남매를 낳아 키웠다. 억척스레 고생하며 키운 자식들이지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우리 막내딸이 반에서 우등생이었는데 대학교 가고 싶다고 했어. 이불 뒤집어쓰고 드러누워도 별 수 있나. 가난하니까 못 보내는 거지. 그게 지금도 한이야.”



전주 사는 아들이 좋아하는 청국장을 띄우는 임정님 할머니.


먹고 살기도 어려웠던 그 시절. 시골에서의 돈 벌이는 더욱 마땅치 않았다. 당시 대부분의 가정집에서는 식구가 먹을 만큼만 농사를 지었고 옷도 직접 만들어 입었다.

남편이 술을 좋아해서 내가 고생했어. 주변에 산밖에 없으니까 나무를 해다 팔아서 먹고 살았지. 또 마을 사람들 모여가지고 길쌈해서 삼베, 명주, 모시 옷 같은 거 해 입었어. 고생스러웠어도 옛것이 좋아. 그때는 냉장고도 없어서 시암(우물)에다가 김치 놓고 했는데 그게 더 맛있었네.”

마당에서 지푸라기 다듬고 청국장 뜨다 보니 어느덧 해가 기울었다. 할머니는 기분 좋게 옛 이야기를 마치고선 마당에 놓인 장독대로 향했다. 그리고 양갱 세 개를 꺼내어 건네주셨다.

커피도 못 챙겨줘서 어떡해. 이거라도 먹으면서 조심히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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