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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로컬푸드 벌써 10년] 농가번호 9번 이준영·박춘옥 부부 2021-02-09

[완주로컬푸드 벌써 10년] 농가번호 9번 이준영·박춘옥 부부



천직이라 그런가, 어찌나 재밌나 몰라


구이면 난산마을 이준영(77), 박춘옥(73) 부부의 아침은 늘 분주하다. 이날도 오전 7시에 집을 나 서 완주로컬푸드직매장 모악점과 효자점, 삼천 점, 하가점을 다녀왔다. 쪽파와 배추를 출하하고 온 길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더 바쁘다. 부부가 농사짓는 하우스는 모두 4동. 오늘은 쪽파를 수 확하고 다듬은 뒤 다음날 직매장에 가지고 갈 상 품 포장을 해야 한다.


다음 날 직매장에 낼 쪽파를 수확하고 있는 부부. 이들은 완주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겼을 때부터 물건을 출하해 지금까지 쭉 이어 오고 있다.


“새벽에 눈이 내려서 어찌나 추웠는지 몰라요. 그래도 일 할 때는 비닐하우스에서 하니까 안쪽 에서는 따수워요.” 부부는 완주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겼을 때부터 물건을 출하해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다. 그전 에는 농협공판장에 물건을 팔았다. “로컬푸드가 처음 문 열었을 때부터 했죠. 처음 에 본부장하고 직원들이 마을에 와서 로컬푸드 에 대해 알려줘서 시작하게 됐어요. 공판장은 많 이씩 팔아야 해요. 하지만 로컬푸드에서는 우리 처럼 소농들이 조금씩 팔아도 되죠.” 당시엔 로컬푸드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생소할 때였다. 농가들을 설득하기 위해 완주로컬푸드 협동조합 직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마을을 찾았다.

“그때는 뭔지도 모르니까 다른 마을에서는 반대 도 했다던데 우리 마을에선 많은 사람들이 동참 했어요. 로컬푸드엔 농가 번호가 있는데 1번부 터 15번까지 우리 마을에 있어요. 로컬푸드 하길 잘했죠. 처음엔 진짜 바빴어요. 재미도 있었고.” 초창기 부부는 주로 상추를 냈었는데 인기가 많 아서 하루에 세 차례씩 물건을 갖다놓는 일도 많 았다. 그래도 부족했던 때다. 가장 많이 매출을 올렸을 때는 1년에 6,000만 원가량도 나왔다.



■ 단골 생기고 고맙다는 전화도 받아

“그땐 정말 바쁘게 일했어요. 로컬푸드 생기고 한 3년 정도는 정신없었어요. 지금이야 농가들 이 많아서 그때보단 일이 줄었죠. 당연히 저희 매출도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쉬울 건 없어요. 우 리도 나이가 들다보니 일하기도 힘들어요.”

수 년 동안 로컬푸드에 부부의 이름과 얼굴을 걸 고 물건을 내다보니 이제는 단골도 제법 생겼다. “소비자들한테 깔끔하게 잘해줘서 고맙다고 전 화가 오기도 해요. 그러면 마음이 좋죠. 예전에 누구는 고맙다고 우리한테 밥을 사서 줬어요. 그 사람한테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연락처를 몰라서 못하네요.”

아내 춘옥 씨는 로컬푸드 이야기를 하자 얼굴에 웃음이 가득이다. “어찌나 재미있는지 몰라”라는 말을 연거푸 한다. 춘옥 씨는 “직원들도 너무 좋다. 우리가 가면 어 머니,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정말 자식처럼 한다. 처음에 같이 시작해서 힘든 것도 같이 겪었다. 우리가 뭘 모르면 한걸음에 달려와 알려줬다. 정 말 모두 내 아들 같고 많이 고맙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겨울, 부부는 추운 날 고생하는 직 원들에게 밥 한 끼라도 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100만 원의 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부부는 한없이 부끄러워했다. “밥 한 끼 사먹으라고 준 거예요. 많이도 아니고. 부끄러우니까 그런 소리는 하지 마요. 직원들이 참 고마운 사람들이에요.” “이게 우리 천직이죠. 못 배웠지만 새끼들도 농사로 다 가르쳤어요. 만족해요. 로컬푸드일도 힘 닿는 데까지 해볼 거예요. 재미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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