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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산 아래 학동마을] 귀향한 장영철-백유순 부부 2021-01-18

[대부산 아래 학동마을] 귀향한 장영철-백유순 부부



뜨끈한 아랫목 약식혜 한 잔의 낭만

 

날이 꽤나 추웠다. 조끼 하나 입은 백유순 씨가 집 앞 마당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춥지 않느냐고 묻자 이 정도 추위는 괜찮다고 한다. 방금 전까지 아궁이를 땐 아랫목에서 뜨끈하게 앉아있다 나온 참이었다.

추우면 방에 들어가서 불 좀 때다 가요.”

오래된 아궁이가 있는 이 아담한 집에는 장영철(71), 백유순(67) 부부가 산다. 학동마을이 고향인 남편 영철 씨가 퇴직을 하면서 지난해 12월 부부는 이곳으로 들어왔다.

스물여덟에 전주로 나갔는데 부모님이 여기 계시다 보니 매주 토요일에는 고향집에 왔어요. 퇴직하고 시내에서 할 일도 크게 없더라고요. 시골 와서 농사도 좀 짓고 취미생활도 하자고 들어온 거죠.”

수십 년 도시 생활을 한 아내 유순 씨는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남편 말이 처음에는 반갑지 않았다. “저도 고향이 비봉이에요. 그래도 처음에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는 말에 걱정이 됐죠. 하지만 남편을 이길 순 없더라고요. 지금은 자식들이 시골집이 생겼다고 더 좋아해요. 요새 밖에 돌아다니기 힘든 시기잖아요. 여기 오면 공기도 좋고 사람도 없으니까 자식들이 자주 와요.”




부부가 사는 집은 영철 씨의 부모님이 사셨던 곳이다. 더 위로 올라가면, 영철 씨의 할아버지가 사셨던 곳으로, 한국전쟁 때 불에 타 오막살이로 지어 온 가족이 살던 터이기도 하다.

부모님 사시던 집을 저희가 고쳐서 들어온 거예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저희 부모님이랑 형제들이 같이 산에서 나무를 지어다가 집을 지었던 기억이 나요. 옛날집이라 천장이 낮고 그렇네요.”



이제 막 불을 때기 시작한 아궁이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영철씨 부부.


부부는 교회 목사님을 통해 서로를 소개 받았다. 그렇게 맺은 인연으로 19781128일 전주 덕진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날은 눈이 많이 내렸고 날씨도 매서웠다.

1m 정도는 눈이 왔던 것 같아요. 눈이 하도 오니까 여기 사는 사람들은 저희 결혼식에 못 왔죠. 결혼하는 날 눈이 많이 내리면 부자로 산다는 말이 있던데 우리는 그렇진 않더라고요(웃음). 자식들 가르치고 먹이고 하니까 남은 건 없어요. 그래도 자식들이 잘 살아줘서 괜찮아요.”

아내 유순 씨는 남편의 첫인상을 떠올려본다. 웃음이 나온다.

남편을 다방에서 처음 봤는데 잘 생겼더라고요. 상냥해서 좋았어요. 처음에는 9남매 장남이래서 시집 안 가려고 했는데. 저희 친정엄마도 9남매 장남이어도 남자가 서글서글하다고 그러대요. 또 희한하게 결혼 전에 꿈을 꾸면 저 남자 얼굴이 나타나는 거예요. 그렇게 연분이 됐어요. 내가 남자 복이 있나 봐요. 남편이 참 잘해요.”



유순 씨가 직접 달인 약식혜.


손님이 찾아오자 부부가 바빠졌다. 겨울이면 별미로 해먹는 약식혜를 내온 참이다.

쇠물팍(우슬)을 말리고 삶아 씻어 그 물로 엿기름을 거른 후에 식혜를 앉힌 거예요. 이게 몸에 좋다니까 많이 잡숴요.”

아궁이 때는 뜨끈한 아랫목에 앉아 은근한 향 품은 약식혜를 마시자니 겨울을 제대로 보내고 있는 기분이다. 부부에게 새해 소망을 물었다.

건강이 첫째죠. 자녀들이 건강하면 좋겠어요. 고향으로 돌아오니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마을에 봉사도 하고 마을을 좀 더 깨끗하고 보기 좋게 꾸미고 싶어요. 꽃도 심어보고 싶고. 이웃들이랑 서로 잘 지내고 사랑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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