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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의 비봉일기 5] 한방과 김치2021-01-05

[나카무라의 비봉일기 5] 한방과 김치


일본 어머니께 김치만들어드리고 싶다


십일월 모일 날씨 비 온 뒤 흐림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한 시간을 버스 안에서 흔들린다. 종점에 도착했다. 가로등도, 지나가는 차량도 없는 길을 걸어 집으로 향한다. 사람이 만든 빛이 없는 밤길은 도시에서는 찾지 못한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다행히 그쳤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땅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하늘이 만든 항아리라 천호天壺라니, 하늘을 올려다보니 담요 같은 하얀 구름이 뚜껑처럼 뒤덮여있다. 산들은 벽이 되어 우리 삶을 지키고 있는 듯하다.

숲에서 내려오는 나무 향기가 나를 새롭게 한다. 내 기운을 되찾는 시간을 걷는다. 뚜벅뚜벅.

      

십일월 모일 날씨 맑음

일본에서 십일월에 출판된 갓 나온 책 한 권이 도착했다. 제목은 <한방안내 韓方案內>, 작가는 80년대부터 한국을 찾아다니며 그 다양한 매력을 일본에 알려준 배우 구로다 후쿠미 씨이다. 한방漢方은 일본에도 있지만 병원은 적고 친숙한 존재는 아니다. 한방韓方은 더 그렇다. 이 책은 한국에서 예쁘고 건강하게 되자.”며 한방韓方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일본에서도 불안감이 높은 이 시기에 한국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익한 책이 나와서 기뻤다.

올해 봄에 국제선 비행기가 없어져서, 우편물은 EMS (국제 특급)밖에 보내지 못했다. 가을이 들어서 소포나 편지가 다시 오기 시작해서 다행이다. 일본 친구들에게 한지 마스크를 보내야겠다.

 

십일월 모일 날씨 맑고 춥다

한국에 와서 김치 만들기 체험을 몇 번 했다. 준비된 양념을 절인 배추에 버무리는 체험이다.

오늘은 아침에 밭에 가서 무를 뽑는 일부터 시작했다. 무를 다듬고 소금으로 간하고 기다린다. 인터넷을 보면서 양념을 만들고 무를 버무려서 드디어 세 시간 후에 김치 모습이 되었다. 맛을 보니 짜고 맵다. 생강청이 좋다고 들어 조금씩 넣었다. 대야에 가득 있었던 무가 김치 통 하나에 다 들어갔다, 통을 몇 개나 준비했는데.

저녁에 먹었더니 아삭아삭하고 상큼하다. 하도 맛이 있어서 너무 먹었다. “역시 집김치야!” 추운 날인데도 마당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김장하는 이유 하나를 알게 되었다.

벌써 이십 년이 되었을까, 일본 우리 집에 아버지가 김치를 들고 오셨다.

식당에서 먹어보았는데 너무 맛이 있어서 사 왔어.”

이 음식은 어떻게 먹는 거예요? 물로 다 씻어서 먹어요?” 라고 어머니가 물어보셨다.

김치를 처음으로 손에 드신 어머니의 놀라운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다음에 일본에 가면 내 손으로 김치를 만들어드리고 싶다.


/한국생활 10년차 나카무라 미코는 올해 5월 한국인 남편과 비봉면에 정착했습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시민교류를 추진하는 단체에서 일을 하며, 비봉에서는 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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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삭제 1171일 전
나카무라쌤!!!
저는 이글이 한국의 작가님이 쓴줄 알았습니다
참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쌤 바램대로 코로나가 조속히 종식되어 어머님께 김치를 담가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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