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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5] 간소하게 살아간다는 것2020-11-12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5] 간소하게 살아간다는 것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5


필요한 것은 하되 불필요한 것은 하지말자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좋아하는 노래의 한 구절이다. 시인이 지어낸 멋진 시와 같은 이 가사는 이따금 알 수 없는 울림을 준다. 생기 가득하던 호박잎이 서리에 늘어지는 계절에 일찍이 심어둔 밭의 작물도 시들어가고 산의 푸르던 잎들도 낙엽이 되어 절로 떨어져간다. 식물이 꽃과 열매를 맺고 씨앗과 추수할 곡식을 남겨주는 것처럼 꼭 필요한 것들만 거두어들이는 정수의 계절. 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이 서서히 변해가는 이 시기에 우리의 몸과 마음 또한 잘 돌봐야 함을 느끼며 쭉정이는 버리고, 올해 남긴 마음의 씨앗을 잘 거두어들인다.

 

어느덧 요동마을에 들어와 살게 된지도 1년이 되었다. 아직 이곳 정서에 온전히 적응하기엔 부족한 시간이지만 몸은 이미 우리 집을 둘러싼 자연과 충분히 교감하고 있음을 느낀다. 햇살과 비와 바람이 텃밭의 채소를 키워 그 덕에 한끼의 음식을 얻게 되고, 자연과 맞닿아 살면서 선물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자연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치 있고 지켜야 할 많은 것들을 하느라 사람의 몸과 마음은 무거워져 자꾸만 힘이 들어간다. 이럴 때 일수록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자연에 눈길을 두어 숨고르기를 해본다.

 

생각이란 현재 존재하는 것이 아닌 과거와 미래에 있다고 한다. 생각이 많을수록 오히려 현재에 온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나는 이 사실에 공감하여 잠시 늘 해왔던 꿈과 계획을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사는 일은 쉬어가고자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앉아서 가만히 있겠다는 뜻은 아니다. 꼭 필요한 것은 하되 불필요한 것은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대학시절 나에게 영감을 주었던 초월주의 생태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그의 책 월든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간소화하라, 간소화하라, 일을 두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가지나 천가지가 되게 하지 말라.’ 책을 읽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옥같은 그의 언어는 가슴 한곳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월든이 지금의 나를 전원으로 데려다 주었다면, 이제는 그가 생활했던 월든호숫가의 고요한 풍경처럼 경천의 산새를 그저 느끼며 바라보고 싶다.


2018년 완주로 귀촌한 글쓴이 신미연 씨는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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