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무라의 비봉일기 4] 까치밥20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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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의 욕심을 버리며 정을 배우다
나카무라의 비봉일기 <4> 까치밥
시월 모일 날씨 맑은 후 흐림
봄에 옥수수 씨앗을 사와 모종을 키워서 밭에 심었다. 여름이 되니 마치 병사들이 한 줄로 서 있는 것처럼 키가 비슷한 옥수수가 늘어섰다. 비가 많이 내려서 껍질을 벗기면 열매가 얼룩져 있지만, 처음으로 내 손으로 키운 옥수수라 밭에 가서 하나도 남기지 않으려고 아드득아드득 따버렸다. 그 옥수수로 다양하게 요리를 해서 매일 즐겨 먹었다.
계절이 지나 가을이 와서 밤을 줍기 시작했다. 아까워서 하나도 남기지 않으려고 애를 썼더니 함께 온 밤나무 주인이 놀라며 말했다. “나 같으면 그렇게 작은 것은 그냥 놔두고 쥐들에게 줄텐데.” 욕심을 부리는 내 모습을 깨닫게 되어 잠시 얼굴을 들지 못했다.
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감나무들이 푸른 하늘을 향해 서있었다. 어느 나무라도 주홍색 열매를 두서넛 개씩 높이 올려 놓은듯하다. ‘까치밥’이라고 들었다. 날짐승에게 밥으로 주려고 남긴 감들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정을 전해준다. ‘까치밥’ 감들도, 옥수수니 밤이니 다 가져가려고 했던 내 마음도, 붉게 변해 가는 쌀쌀한 오후였다.
시월 모일 날씨 맑음
마트에서 큰 무 하나가 점심 백반 값과 같은 가격표를 달고 있어 갑자기 무를 심기로 마음을 먹었다. 구월 중순의 일이다.
농약사에 갔는데 무 씨앗 한 봉지가 크고 생각보다 비쌌다. 봉지를 손에 들고 보니 2000립이라고 적혀 있다. 2,000개나 자라면 무들이 밭을 다 점령하고, 그것도 모자라 산기슭까지 찰 것이다. 우리 집에서 일주일에 하나씩 먹는다고 치면 한 달에 4개, 석 달에 12개만 있으면 된단 말인데. 나도 모르게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가게 주인이 말했다. “많으면 절반만 심고 내년에 다시 절반을 심으면 돼요.” 그렇구나, 내년에는 일찍 심어야지하며 돈을 드리고 가게를 나왔다.
한 달이 지났다. 오늘 자세히 보니 무잎은 번성하고 머리가 땅 위에서 보였다. 뽑아보니 가냘픈 몸이 홱 나왔다. 깨알 같은 씨앗에서 이렇게 골고루 식물이 나오니 새삼스레 신기했다. 초등학생도 아닌데 무엇을 이리 감동하고 있는지, 내가 나를 웃어 버렸다. 그러나 역시 신기하다.
/한국생활 10년차 나카무라 미코는 올해 5월 한국인 남편과 비봉면에 정착했습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시민교류를 추진하는 단체에서 일을 하며, 비봉에서는 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 비회원 1197일 전
- 中村先生 すごいです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