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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4] 감을 영글어내는 계절에 감사하며2020-10-15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4] 감을 영글어내는 계절에 감사하며


감을 영글어내는 계절에 감사하며

 

20대 초반부터 나는 자연 속에서 삶의 자립을 높이는 생활을 꿈꾸곤 했다. 몇 년 전 완주로 내려와 논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아파트를 월세로 얻을 수 있었다. 당장에 먹거리 자급을 해내긴 어려운 상황이라 필요한 물건들을 스스로 만들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조금이나마 매일 나오는 생활속 쓰레기와 반복되는 소비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사용하는 화장품은 화학제품을 넣지 않고 오로지 천연재료를 이용해 만들어보았다. 오이로 토너를 만들고, 술을 담고 남은 술지게미를 갈아 팩을 만들어 쓰며, 세안에 필요한 클렌징폼 대신 식용오일과 천연비누로 세안을 하는 등 많은 것들이 실험을 통해 변화했다.

 

더불어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초를 직접 채취해 식물성 계면활성제를 섞어 천연샴푸를 만들어 쓰고 있다. 두피가 다른 피부에 비해 여리고 민감해 샴푸의 좋지 않은 성분들이 쉽게 몸으로 침투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 이상 기존에 쓰던 샴푸를 우리집에 들이지 않기로 했다. 천연샴푸의 장점은 머리 뿐 아니라 얼굴과 몸을 씻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온비누(직접 붙인 비누이름)’로 온몸을 다 씻는다. 그리고 우리집 반려견인 둥글이도 나와 같은 비누로 씻는다. 주방세제로 써도 아주 좋다.

 

마지막으로 휴지 자급이다. 휴지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나무 살리기 효과는 꽤나 적절했다.(면휴지 사용 시 우리나라 인구 기준 5,131,860그루의 나무를 구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우리집엔 휴지를 대체할 면휴지가 화장실 앞에 놓여있다. 소창이라는 원단을 휴지 크기로 재단해서 박음질하니 뚝딱 20장의 휴지가 완성되었다. 쓰레기가 적게 나와서 좋고, 표백제나 화학약품이 몸에 직접 닿지 않아 더 건강한 느낌이다. 이따금 한번씩 구입해야하는 휴지 비용도 절약할 수 있으며 나아가 지구 살리기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하루 한끼는 생채식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 몸에 바른 먹거리가 깃들수록 주변, 나아가 온 생태계가 건강해 질 수 있으며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자연과 사람의 밀접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어느덧 밤 기온이 서늘해지며 계절의 시간에 힘입어 집 앞 감나무의 감들도 영글어 가고 있다.

 

/2018년 완주로 귀촌한 글쓴이 신미연 씨는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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