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칼럼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품앗이 칼럼

> 시골매거진 > 품앗이 칼럼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 물 덕분에2020-09-15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 물 덕분에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


없어서 많아서 '희노애락'을 배우다


첫 번째 이야기

우리집은 지하수가 닿지 않아서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쓰고 있다. 큰비가 내릴 때마다 물이 담겨 있는 탱크를 청소해야하고, 식수로는 사용하기 어려워 같은 마을에 사는 언빈선생님네 집으로 물을 뜨러 다닌다.

어느 날 오랜 장마 때문인지 집으로 연결된 물탱크가 막힌듯했다. 짝꿍은 3톤짜리 탱크에 들어가 수로를 뚫고 청소를 하였다. 여전히 흐르지 않았고 불편함이 쌓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생활속에 물이 쓰이는 곳이 무척이나 많았던 것이다. 물 없이 산지 3일째 돼서야 안 사실이지만 큰 물탱크에서 이어지는 수로가 옆집을 거쳐 우리집으로 이어지는데 이번 공사중에 물관이 파손된 것이었다. 그렇게 물 없는 생활은 막을 내렸고 수도꼭지를 틀어 다시 물이 나오던 순간 우리는 너무 기뻐 환호했다.

 

두 번째 이야기

기록적인 장마다. 계속되는 비로 집 화장실로 물이 역류했다. 다행히 비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어 집안으로 들이치진 않았지만 화장실 안 물이 빠질 때까지 벽돌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다니는 상황을 연출해 나갔다.

장마가 어느 정도 그쳤다고 판단이 되어 며칠간 집을 비웠다. 예상과 달리 비는 그치지 않았고 물사태에 이어 곰팡이에 점령되었다. 우리는 벽지를 뜯고 장판을 드러내어 바닥이 건조되기를 기다렸다. 곰팡이와 2주를 보내는 동안 집안 곳곳을 청소해 나가며 살림살이 중 정말 필요한 것과 필요치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었다. 덕분에 의도치 않던 집안의 대청소가 이어졌고, 그렇게 경황없이 지내던 날들이 마무리 되었다.

 

세 번째 이야기

장마가 끝나고 나니 폭염이다. 에어컨 없이 더위에 잘 지내왔던 우리는 올해 귀한 장소를 알게 되었다. 옆 마을에 있는 신흥계곡이다. 완주자연지킴이연대와 신흥계곡 토요걷기를 하면서 걷는 산책로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물놀이로 더욱 익숙한 곳이다. 이른 새벽부터 밭일을 하고 끼니 때가 되면 벌써부터 더워지는 날씨에 우리는 곧장 신흥계곡으로 가서 땀으로 적신 몸을 담근다. 물이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몸과 정신까지 시원해진다.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물의 소중함을 몸소 깨우치고, 무서운 장마와 태풍으로 생활을 돌아보는 겸손함을, 흐르고 흘러가는 넉넉한 물 덕분에 어머니 품 같은 안락함을 느낀다.


2018년 완주로 귀촌한 글쓴이 신미연 씨는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합니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나카무라의 비봉일기 2] 농악단에 들어가다
다음글
[이근석의 완주공동체이야기] 메뚜기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