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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목 이웃사촌] 매실 닭집 임대훈·김정례 부부2020-09-14

[다리목 이웃사촌] 매실 닭집 임대훈·김정례 부부

순간의 선택이 성공으로 가기까지


젖소 키우다 닭으로 전환

힘든 순간도 서로 의지하며 이겨내

 

오전 11, 피정의집 골목을 따라 다리목마을 이장 부부가 운영한다는 음식점을 찾았다. 밀짚모자를 쓰고 텃밭에서 일할 준비를 하던 이장 임대훈(69)씨는 그을린 피부에 선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대훈 씨는 아내 김정례(65)씨와 함께 농사와 매실 밭에서 방목해 키운 닭으로 매실 밭에서 춤추는 토종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손님들은 긴 식당 이름 대신 매실 닭집이나 춤추는 닭집으로 저마다 다양하게 부른다.

원래 젖소를 30년간 사육했어요. 1마리로 시작해서 100마리까지 늘었죠. 그만큼 열심히 키웠는데 규모는 컸지만 빚만 늘고 수익이 안남더라고요. 고민하다가 지인의 말을 듣고 닭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토종닭을 파는 일 역시 큰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었다. 어느 날 아내 정례 씨가 장사를 해보자고 말했다. “한 마리를 팔더라도 집에서 파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해서 남편한테 장사를 해보겠다고 했죠. 아는 언니한테 나 닭 장사 할 건데 돈 받지 않을 테니 와서 먹어보고 맛있으면 다른 사람한테 소개 해달라고 했어요.” 당시에 이 한마디가 인생을 좌우하게 될 줄 몰랐다. 한 사람은 곧 열 사람으로 열 사람은 백 명의 손님을 몰고 왔다. 싸고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 복날이 되면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오시는 손님들이 제가 항상 웃는 얼굴이라 밥맛이 난다고 해요. 지금은 장사를 그만두어도 될 정도로 여유가 생겼지만 사람이 좋아서 계속 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전보다 손님이 줄었어도 꾸준히 찾아주는 단골손님들 덕분에 쉽게 문을 닫을 수 없다.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로 만나 1981111일 결혼식을 올렸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하루도 떨어져본 적이 없다. 부부는 닮는다는 말처럼 어쩐지 서로 웃는 모습이 닮아 보인다. 대훈 씨는 아내가 예쁘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만났다고 했다. 듣고 있던 아내 정례 씨도 웃으며 말했다. “저는 처음 봤을 때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래도 두 번은 만나봐야지 하고 한 번 더 만났어요. 부유하진 않아도 선하고 착실한 모습에 마음이 가더라고요.”

부부가 전주에서 다리목마을로 이사와 정착한지 올해로 40년이 되었다. 대훈 씨는 마을에 처음 이사 와서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처음에는 밥도 못 먹을 만큼 어려웠어요. 어디 만원 한 장 빌릴 곳도 없었고 버스비가 없어서 늘 자전거 타고 다니고 식당에서 남은 누룽지 마대자루에 모아둔거 얻어 와서 끼니를 해결했어요.” 소중한 딸에게서 하얀 밥 좀 먹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속상함은 지금까지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곁엔 서로가 함께였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힘들수록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로 더 열심히 일했다. 정례 씨는 공사장 일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들었다. 하루에 세 가지 일을 병행하며 이동하는 시간도 부족해서 매일 뛰어다녀야했다. “남에게는 쉽게 베풀지만 정작 저희를 위해서 쓰는 돈은 아끼게 되더라고요.”

이들에게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대훈 씨는 우리는 서로 믿고 후회 없이 살았어요. 아이들도 이미 다 결혼해서 둘만 사니까 사이가 더 돈독해졌어요.” 정례 씨는 우리 아들이 해병대 장교로 갔는데 군대 가기 전에 편지를 한 통 써두고 갔더라고요. 너무 좋아서 읽고, 또 읽고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편지예요. 우리 딸, 아들이 잘 자라줘서 고마워요.”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부부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작고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단 한 번도 가난하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소에게 먹일 풀을 베면서도 이 넓은 밭에 풀이 전부 우리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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