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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소식] 담배가게 하던 옛집엔 아직도 할머니가 사신다 2020-08-13

[마을소식] 담배가게 하던 옛집엔 아직도 할머니가 사신다


담배가게 하던 옛 집
묵묵하게 자리 지켜온 할머니


운주면 구제리 수청마을 입구에 오래된 집이 있다. 금속기와 지붕을 얹은 집이다. 예전에는 동네 구멍가게이자 담배가게였다. 지금은 예전 같지 않아 오고가는 행인이 간혹 있는 정도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 온 박동순(85)할머니를 소개한다.


동순 할머니는 마치 소녀같다. 지금도 손가락에 봉숭아물을 들이고 언제나 단아한 모습이다. 조급함 없이 항상 같은 자리를 묵묵히 지켜왔다. 할머니는 나이 오십 무렵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냈다. 남편 복 없다며 한탄하시다가도 오히려 혼자 있는 지금이 좋다고 하신다.


할머니는 새벽 4시에 하루를 시작한다. 먼저 성경책을 읽고 기도한 다음, 구석구석 청소하고 밥과 반찬을 손수 만드신다. 저번에 찾아갔을 땐 깻잎김치, 가지조림, 새우젓, 아웃국만 가지고 밥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오래되고 깊은 손맛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나보다.


할머니는 반찬 말고도 된장이나 김치도 많이 담가놓고 자식들이나 집에 온 손님에게 나눠주신다. 농사도 꽤 많이 지으신다. 들깨, 고추, 생강, 참깨, 파, 부추 등 골고루 소꿉놀이 하듯 여기 만지고 저기 만지고 온종일 움직이신다.


집 정리도 어쩌면 이리 잘하실까. 밥풀이 떨어져도 주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정리가 잘 되었다. 부엌은 작년까지만 해도 아궁이에 불을 때서 아랫목이 뜨끈했다. 그 솥에다가 호박죽도 끓이고 누룽지도 나왔던 기억이 남아있다.



박동순 할머니는 깔끔하시다. 바닥에 밥풀이 떨어져도 주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집안이 깨끗하다.



할머니에게 혼자 있을 때면 적적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럴 시간이 어딨나. 성당가고 병원가고 밭에 가느라 바쁘고 간혹 집에 손님이 오니까 좋다”고 하셨다.


한곳에서 오래살고 세상이 변해도 자기 생각대로 살아오신 박동순 할머니. 꾸준히 곱게 지내온 모습을 보니, 쉽게 변하고 바뀌는 요즘 세상에 경종을 울리는 것 같았다. 동순 할머니는 내가 닮고 싶은 노년의 모습이다.




/허진숙 마을기자(운주면 완창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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