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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1] 신비로운 자연의 세계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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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1. 신비로운 자연의 세계


이번 호부터 경천에 사는 신미연씨의'시골생활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2018년 완주로 귀촌한 글쓴이 신미연씨는 작은 텃밭은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합니다.


경천면은 산새가 은은하고 고요한 어머니 품 같은 편안한 곳이다. 이곳에선 내가 여태 살아온 시간에 비해 모든 것이 느릿하게 흘러가는 듯하다.

새벽이면 숲의 생명들이 깨어나고 새들이 지저귀며 아침이 오는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준다. 얼마쯤 흘렀을까. 잠든 눈에 살며시 비춰오는 햇살 덕에 자연스레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에는 지역에서 구한 제철과일과 텃밭에서 얻은 싱싱한 채소로 생식주스를 만들어 먹고, 산책을 간다. 평소에 들던 불필요한 생각이 산책 하는 동안 줄어들고 몸과 마음이 쉴 수 있어 참 좋다. 반려견인 '둥글이'도 늘 나와 함께 해준다.

집 앞에서는 작은 텃밭정원을 가꾸고 있는데 이른 봄에 괭이로 밭을 만들고 때에 맞춰 씨앗을 심었더니 어느새 열매가 맺혀있다.

신비로운 자연의 세계 - 그 속에서 평생토록 일상을 보내며 살아가고 싶다.

자연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흐름 속에서 온전한 이 한 몸으로 씨앗을 뿌리고 그 씨를 거두는 일. 내가 먹는 것을 스스로 구하는 일은 너무나 경이롭다.

요즘에는 묵나물을 만들기 위해 한창 풀을 채취하고 있는데 망초와 개망초, 질경이, 개비름, 왕고들빼기, 쇠비름 등 밭에 사는 식물을 채취하고 잘 말려 겨울에 먹을 식량을 저장해 놓는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먹을 것을 내어주기 때문에 농사를 짓지 않아도 어디서든지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다. 시간과 노동력은 적게 들고, 즐거움을 곁들이며 소비할 걱정 없어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야생초에 관심이 가기 시작할 무렵 우리나라의 수많은 들풀이 밥상에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그 전까지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초록의 풀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물 문화를 꽃 피운 우리 선조들 덕에 밥상이 더욱 풍요로워지고, 계절을 알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라져가는 다양한 들풀 요리들이 다시금 밥상위에 올라오길 바래보며 그래도 기후위기 시대에 들풀이 주목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스스로 자라나는 자생력과 끈질긴 생명력 그리고 뛰어난 약성 때문이다.

얼마전에는 손가락을 다쳐서 상처에 좋은 약초를 찾아보다가 밭의 대표적 잡초라 불리는 쇠비름이 출혈을 멎게 하고 항염효과가 있다고 해서 매일 아침 생즙으로 갈아먹고 있다. 꿀을 넣어 먹으면 쇠비름의 미끄덩한 식감과 잘 어우러진다.

오행초(五行草)이자 장명채(長命菜)로 불리는 쇠비름 덕분인지 상처의 아픔이 서서히 치유되어 가고, 자연의 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간 듯하다. (식물을 적절히 활용할 때 그 식물과 소통하는 느낌이 든다.)

시골에서의 생활은 편리와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 자연과 가까이 있어 평온하고 안정된 마음을 지니게 된다. 그동안 바삐 살아온 마음을 푹 쉬게 하고, 나의 속도에 맞춰 삶을 살고자 한다. 이제 곧 밥 먹을 시간이니 텃밭에 나가 먹거리를 찾아봐야겠다.

 

/글쓴이 신미연은 2018년 완주로 귀촌해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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