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소식] 운주 완창리에는 농사의 신이 산다2020-06-12
운주 완창리에는 농사의 신이 산다
50년째 가꾸는 밭은 하나의 예술
본인만의 농사철학으로 낭비하지 않아
한 분야에 한 평생을 바치고 정성을 들이면 아마도 신의 경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운주면 완창리에 농사에 에너지를 쏟으며 아름답게 사는 할아버지가 있다. 얼굴과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아 하셔서 ‘이름 모를 농사의 신’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다.
할아버지는 13세부터 남의 집 품팔이를 하고, 지게 나무를 지어서 파는 등 살면서 여러 힘든 일도 겪으며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그의 하루 일과가 궁금했다. 할아버지는 새벽 4시가 되면 일어나서 안심길을 운동과 산책 겸 한 바퀴 걷는다. 이후 간단하게 아침밥을 먹고 밭으로 나온다. 농작물을 살피는 그의 일과가 시작되는 것이다. 약 3,305m2의 밭에는 순무, 부추, 마늘, 상추, 조선아욱, 생강, 고추 등 여러 가지 작물이 있다. 주변에는 유실수로 감나무와 매실나무, 단감나무, 살구나무가 울타리 역할을 한다. 밭 주위에는 고라니의 침입을 막기 위한 철망도 빼놓지 않고 둘러있다.
할아버지는 이 밭을 50년째 가꾸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사방천지 돌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돌을 찾아볼 수 없이 깨끗한 밭이 되었다. 깨끗한 밭을 보고 있자니 한 폭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다.
밭 가운데 드문드문 두리감 묘목이 있어 이유를 물었다.
할아버지는 “내 나이가 팔십이 넘다보니 감나무 묘목이 크면 넓은 밭을 가꾸기에 힘에 부친다. 밭작물을 줄이려고 계획 중”이라고 하셨다.
밭에는 할아버지만의 농사철학이 담겨있다.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해 썩은 낙엽을 뿌려 놓고, 돌려짓기를 하고, 씨를 한 번에 뿌리지 않고 세 번을 나누어 파종한다. 그러면 농작물이 몰리지 않으니 버리거나 낭비하는 일이 없다.
6월은 가장 바쁜 농사철이다. 모내기가 끝나고 곧 마늘, 양파, 감자를 수확하면 곧 참깨와 들깨를 심는 시기가 온다. 한 평생 농사에 집중해서 살아온 할아버지도 바빠질 것이다. 이름 모를 농사의 신, 그의 올 한해 농사도 무탈하면 좋겠다.
/허진숙 마을기자(용진읍 원주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