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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기 좋은 날] 동상 김춘이 어르신2020-06-11

[농사짓기 좋은 날] 동상 김춘이 어르신



농부는 바보, 힘들다면서 매일 나가

 

내 삶을 지탱하는 긍정

농사 핸드백 메고 오늘도 밭으로

 

길에서 만난 김춘이(73) 어르신 얼굴에는 땀이 가득이었다. 12, 뜨거운 햇빛을 등지고 밭에서 취나물을 뜯고 오던 참이다. 손가락에는 막 생긴 상처가 있었다. 낫질을 하다 손을 다친 것이다.

밭이 가까우니까 새벽에도 잠깐 가고, 점심시간에도 가고, 해 지면 또 나가곤 해요. 틈틈이 가는거죠. (손가락 상처를 묻자) 이 상처요? 사람이 놀다가도 다치는데 연장 가지고 일 하면서 안 다칠 수 있나요. 농사하다 손 다치는 건 흔한 일이에요. 이 정도는 괜찮아요.”



춘이 어르신은 동상면 산골로 시집오기 전,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하던 도시여자였다. 서른셋에 이곳으로 시집왔고 그때부터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농사라곤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생둥이였다.

내 전성시대는 도시에서였죠. 농사라곤 전혀 몰랐어요. 시집와서 남편한테 배운 거예요. 하다 보니 스스로 하게 되고, 알게 되고, 적응도 하게 되고.”

어르신은 틈틈이 짓는 농사치고는 적지 않은 양인 약 3,305규모의 농사를 혼자 지으신다.

예전에는 논도 있었는데 힘들어서 없애고 지금은 밭만 해요. 마늘, 양파, 들깨, 참깨 이런 거 짓는 거죠. 사과나무하고 배나무, 감나무도 있어요. 나도 먹고 자식들도 먹고, 그리고 재미도 있잖아요. 주말이면 가끔 아들이 와서 도와줘요.”




무릎이 아파 쪼그려 앉아서 일하지 못하는 김춘이 할머니는 매일 허리를 굽히고 일하다보니 허리가 아프다.


농사짓는 재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어르신은 이내 농사짓는 사람들은 바보라고 표현하신다.

농사짓기 싫을 때 많죠. 그럼에도 해야 해요. 어제도 밭일하면서 힘들다, 그만해야지 하다가도 오늘 또 그새 잊고 밭으로 나오잖아요. 농사짓는 엄마아빠들은 진짜 바보예요. 우리가 이렇게 바보야.(웃음)”



김춘이 어르신의 농사 핸드백.


그가 밭으로 나올 때 늘 챙기는 농사의 준비물이 있다. 일명 농사 핸드백이다. 빨간 바구니 안에는 낫, 씨앗, , 모자, 가위, 장갑, 노끈, 혹시 출출할지 몰라 챙긴 간식이 들어있다.

제가 평일에는 동상초등학교에서 일을 다녀요. 그래서 사이사이에 농사를 지어요. 뜨거울 때도 해야 하고 비 맞으면서도 해야 하고. 가리면 농사 못 지어요. 매년 힘들고 긴장되죠. 조금만 방심해도 농작물이 병이 들고, 정성을 다했어도 병이 오거든요. 그래서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적기를 맞추는 거예요. 심는 것도 메는 것도 다 시기가 있어요.”

춘이 어르신의 삶을 지탱하는 단어는 긍정이다. 어렵지만 쉽고, 쉽지만 어렵다. 그것이 바로 삶을 긍정하는 태도이다.

농사는 삶의 긍정이에요. 긍정 에너지가 있어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거죠. 저절로 되는 건 없잖아요. 모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쉽고, 어렵게 생각하면 어려워요. 자식들한테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해요. 내 인생에 있어서도 후회는 없어요. 지난 시절 열심히 살았거든요. 지금도 열심히 살아요. 내 삶의 모든 부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거 같아요.”

말씀하시는 내내 쉬지 않고 풀을 뽑던 어르신이 이제는 양파 밭으로 가서 양파 줄기를 자르기 시작한다. 올해 양파는 병이 들어 수확이 그리 좋지 않다. 병든 줄기를 자르던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절대 양파를 책망하지 않는다. 대신 미소와 함께 소곤댄다.

양파야, 이만큼 크느라 고생했다. 올해도 고맙다.”




[박스] 할머니가 알려주신 머위장아찌 레시피

1. 머위를 세로로 가른 후 껍질을 벗겨 말린다.

2. 말린 껍질을 된장항아리에 함께 묻어 숙성시킨 후 꺼내 먹는다.

3. 짭조름하면서 구수한 된장머위장아찌가 완성된다.

tip

껍질을 까고 남은 머위 알맹이는 들깨 가루를 솔솔 넣고 끓여서 머위들깨탕을 해먹으면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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