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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입은 시민의 시대] 장경덕 교장 기고문2020-03-16

[교복입은 시민의 시대] 장경덕 교장 기고문


선거연령 하향보다 더 중요한 건 민주시민 교육

- 고산고등학교 교장 장경덕


우여곡절 끝에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일부 언론이나 정당들은 학교가 정치판이 될 것처럼 호들갑이다. 성숙한 어른들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미성숙한 아이들을 염려하는 것처럼 포장된 주장이 대부분이다.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의 저자 황선준 박사는 교육에 부여된 두 가지 임무는 지식과 역량을 제공하는 것과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시민 양성을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것과 아이들로 하여금 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우리들의 학교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해 지식을 가르치는 일에는 최선을 다해왔지만, 막상 아이들을 교복입은 시민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시민적 권리를 체득하게 하는 교육에는 매우 소홀하였다.


OECD 나라들 사이에서 3년마다 이루어지는 국제 민주주의 소양 테스트인 ICCS(International Civic and Citizenship Education Study)의 평가 결과를 보면 매우 우울하다. 한국 학생들은 민주주의가 무엇인가 하는 지식적 측면에서는 최상위를 차지하지만 민주주의 가치나 행태 또는 참여 부문에서는 최하위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지식 위주의 학교 교육이 낳은 참담한 결과이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학교에서의 모의투표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왜 우리는 늘 되는것보다 안 되는것에 더 익숙해야 하나?

 

언젠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아이들에게 익숙할 수 있는 시장, 교육감의 공약을 놓고 분석하며 선택해보도록 하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새가슴이라 사전에 선관위에 문의해보았더니 안 된단다. 이번 선거뿐 아니라 다음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기 때문이란다. 아마도 후보자 이름도 없고, 공약도 현실이 아닌 가상의 정책들을 담았다면 가능했을 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박제된 교육은 결코 제대로 된 정치 교육이라 할 수 없다. 선거 때가 되면 실제 존재하는 정당의 이름을 사용하며 공약을 걸고 유권자(학생)들의 선택(모의투표)을 통해 학교 내에서의 정권을 수립하는 훈련을 한다는 스웨덴의 정치 교육이 부럽기만 하다.

 

정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훈련 또는 연습을 통해 막상 유권자가 되었을 때 올바른 정치적 판단이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은 왜 안 되는가?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춘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찬성한다. 제법 의미를 부여하고도 싶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의 제대로 된 정치 교육이다. 정치적 판단력이 미숙한 아이들에게 왜 선거권을 주냐고 비난하기에 앞서, 아이들로 하여금 성숙한 판단력을 갖도록 하는 정치 교육이 우선되도록 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미명의 족쇄로 교실에서의 정치 교육을 통제하지 말고 현실 자료를 가지고 수업시간에 학생들로 하여금 생각해보게 하고 토론을 통해 선택을 하도록 하는 민주시민 교육이 꼭 필요하다.

 

민주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깊게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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