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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食이야기] ⑫ 건강한밥상 꾸러미2020-02-11

[로컬푸드 食이야기] ⑫ 건강한밥상 꾸러미



딩동~ 신선한 꾸러미가 도착했어요!


시세끼를 챙겨 먹지 않더라도 집밥이든 외식이든 뭘 먹을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여기에 건강에 대한 고민까지 결부되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오늘 뭐먹지?’라는 끝나지 않는 질문에 누군가 명쾌한 답을 내려줬으면 좋겠다. 요즘은 어떤 제철채소가 맛있는지, 건강한 농산물로 어떤 반찬을 해먹으면 좋을지 알려주고 때맞춰 보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2010년 설립된 건강한밥상 영농조합은 도시 소비자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꾸러미 서비스를 시작했다.


꾸러미 서비스는 공동체 지원농업(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의 형태 중 하나로 도시의 소비자가 매월 회비를 내면 농촌의 생산자가 다양한 제철 농산물을 한 박스에 꾸려 보내주는 서비스다. 도농 상생의 대안으로 각광받은 이 서비스는 2013년부터 유행해 언니네 텃밭, 흙살림등 다양한 공동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불씨는 타오르기 전에 꺼졌다.

혼밥족의 등장과 외식문화의 확산으로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가구 수가 현저히 줄었고, 이런 소비자들을 겨냥해 즉석조리 가공식품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건강한 식재료를 신선한 상태로 보낸다고 해도, 사람들은 이를 집에서 소비할만한 시간과 여력이 없었다.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바쁜 일상에서 쫓기듯 살아가는 사람들은 밖에서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사먹으면서 보상받고 싶어졌고 이런 문화는 소확행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대의 주류적 가치로 자리잡았다.


 

건강한밥상 꾸러미는 1회에 3만원인 일반 꾸러미와 3만 5천원인 아름꾸러미가 있다.


건강한 밥상 꾸러미도 올해로 10년을 유지하면서 여러번의 파고를 겪었다. 국내 선두 업체로서 많은 지자체에서 선진지 견학을 오고 운영노하우를 배워갔을 정도로 성공적인 출발을 했지만, 현재는 규모가 많이 줄었다.

“10년 동안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면서 꾸러미 회원도 많이 줄었어요. 집에서 요리를 잘 해먹지 않아서 지난 번에 보낸 물품이 남아 있거나, 매번 받는 물품이 식상하다고 느끼면 다음번에는 꾸러미를 끊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대체품으로 바꿔서 보내주는 서비스에요. 대부분 꾸러미 업체가 농가의 사정 때문에 고객의 요구사항을 다 맞춰주기 힘들어요. 하지만 불필요한 물품을 받으면 고객들도 어쩔 수 없이 꾸러미를 끊어서 고객의 사정에 맞게 꾸러미 물품을 바꿔 보내주는 서비스를 한거죠. 대체물품으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하면서부터 일은 많아졌지만, 고객 만족도도 높아지고 물품에 대한 반응도 함께 들을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돼요.”

유경희 사무국장은 오래가는 꾸러미의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초창기 꾸러미가 성행할 때 생산자들은 열무가 많이 나는 철에는 2주 연속으로 열무를 보내고, 대파가 싸면 대파를 많이 보내는 식으로 꾸러미를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공급자 위주의 구성으로는 고객들과의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없었다. 농산물 가격은 등락이 심한 탓에 고객 입장에서는 마트에서 살 때 보다 비싼 값을 내야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꾸러미 서비스를 계속 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작은 동참하는 마음도 크게 작용한다. 건강한 밥상 꾸러미는 생산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과 동시에 소비자의 이런 마음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율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온 것이다.




10년 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최근에 가격을 재조정했다. 작년부터 인터넷 쇼핑몰 서비스도 시작해 고객들이 더욱 편리하게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건강한 밥상 꾸러미는 1회에 3만원인 일반 꾸러미와 35천원인 아름꾸러미가 있다. 일반꾸러미는 유정란 6구와 두부를 기본으로 제철채소와 과일, 육류, 간식 등 9개의 품목이 들어간다. 살림 규모가 좀 더 크다면 아름꾸러미도 유용하다. 유정란 10, 무농약 콩나물, 국산콩 두부가 기본으로 들어가며, 일반꾸러미보다 2~3가지 물품이 더 들어간다. 채소는 대부분 유기농과 친환경 농산물로 구성하려고 한다.


하지만, 유기농 인증을 받지 않았더라도 완주로컬푸드 생산자들은 이미 높은 기준의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농산물이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건강한 밥상은 매일 아침 구매팀 담당자가 생산지를 돌면서 직접 물품을 보고 수거해 오면, 물류팀 직원들이 2차로 검수하며 소포장을 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에서 배송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일상적인 업무에도 쉴 틈 없이 바쁘지만, 고객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대부분 주부들이 꾸러미를 받는데, 튤립 한송이씩 넣어서 보냈더니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지역에서 새롭게 만든 공정무역커피 드립백을 선물로 넣은 적도 있어요. 물품을 잘 챙겨서 보내는 것도 기본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며 친근한 관계를 맺기도 해요. 예전에는 초창기부터 함께 했던 본부장님이 매번 손수 손편지를 써서 꾸러미에 소식지를 넣었는데 이 편지도 반응이 좋았죠.”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이 있는지, 사무실에 제철과일이나 지역 특산품 간식 등을 보내주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꾸러미 서비스의 유행이 한바탕 지나간 자리에 이제 본질을 고민하는 사람들만 남았다.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건강한 먹거리를 가족들과 나누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집밥을 먹으려는 사람들. 그들 사이에 건강한 밥상 꾸러미가 있다. 유경희 사무국장님께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다.

혼밥족을 위한 혼밥 꾸러미나 지역의 좋은 가공식품을 넣은 꾸러미도 계획 중이에요. 싱싱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손질을 최소한으로 하고 보내기도 하는데, 이런 건 고객들의 실정에 맞지 않아서 전처리를 확대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어요. 받아본 물품 중에 마음에 들어서 다시 주문하고 싶은 고객들을 위해 인터넷 단품 구매도 더욱 확대하려고 해요. 새롭거나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건강한 밥상만의 스타일로 기본에 충실하면서 계속 고객과 소통하는 게 계획이에요.”

 

몸보다 마음이 더 바쁜 사람들은 집에서 밥해 먹을 시간이 어디 있냐고 되묻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는 말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지만, 쫓기듯 살며 밥 해먹을 시간도 없다고 말하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올해 초 계획을 세우며 매일 한 끼 혹은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집밥을 먹겠다고 다짐했다면, 건강한 밥상 꾸러미는 이 다짐을 끝까지 지켜가기 위해 꼭 필요한 러닝메이트다. 대충 먹고 싶은 귀차니즘이 생길 때, 꾸러미 박스를 받아보면 신선함이 가득 담긴 먹거리가 가득하다. 그리고 그 먹거리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나요?”


 

 

완주로컬푸드 영농조합법인 건강한밥상

 

* 건강한 밥상 꾸러미 신청방법

전화신청 및 문의 : 1544-8556

인터넷 신청 : https://smartstore.naver.com/hilocalfood 또는네이버에서 완주로컬푸드 건강한밥상검색 

두부, 유정란 6구 등 10개 품목 알뜰꾸러미 13만원,

두부, 콩나물, 유정란 10구 등 12개 품목 아름꾸러미 135천원

(물품 구성은 현지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1주 전에 안내해 드립니다.)


/글·사진= 조율(조율은 2017년 말 완주로 귀촌, 고산미소시장에서 가공품을 판매하는 상점, 율소리에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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