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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마을의 새해] 대를 이은 토박이 이종근-충한 부자2020-01-09

[기동마을의 새해] 대를 이은 토박이 이종근-충한 부자

- 기동마을 토박이 이종근-충한 부자가 다정하게 사진을 찍고 있다.

 


재 넘어 가마타고 온 아내와 결혼했지

 

싸락눈 내린 날 두런두런 추억 소환

아들은 미소 짓고 아버지는 그저 허허

 

싸락눈이 내리던 날 아침, 마을에 돌계단이 있는 집 하나가 보였다. 큰 바위로 담을 쌓고 국가유공자의 집문패가 걸려있다. 이곳은 기동마을 이종근(88) 어르신의 집이다. 이날 대전에서 대둔산 관리사무소로 출근한 아들 이충한(60)씨가 집수리를 하고 있었다.


 


거실에 모여 앉아 차 한 잔 기울였다. 얼었던 몸이 녹으면서 편안한 대화가 이어졌다. 이종근 어르신은 마을에 노인회장이라는 직책이 생겨날 때부터 작년까지 맡아왔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어르신은 이 자리에서 5남매를 키워냈다. 농사짓기도 어려운 척박한 땅에서 안 해본 일이 없다.

일 많이 했지. 참나무 숯 구운 거나 감 따가지고 금산 넘어가서 물건도 팔았어. 금광 캐는 일도 해보고 시멘트 지게지고 정상에 올라가서 품삯도 받고. 감나무 심어서 곶감도 만들어 먹으면서 살았어.”

옛날에 고생했던 이야기를 꺼내다보니 자연스레 전쟁 때가 생각난 종근 어르신. “낮에는 평화롭다가도 밤에는 싸웠어. 그때 애들은 탄피 주워 다가 엿장수한테 엿도 바꿔먹었어라며 웃었다. 기동마을은 특히 충남이랑 경계선이라 전투가 많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부락에 있는 재실에서 바리게이트 쌓고, 총 들고 싸웠던 이야기가 나왔다.


- 웃는 모습도 서로 꼭 닮은 부자




충한씨도 오랜만에 가족들과 마주 앉아 옛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는 우리 할아버지가 마을 얘기를 많이 해줘서 옛 이야기에 대해 잘 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할아버지 무릎에 누워 들었던 이야기들 말이다.

할아버지 어릴 적엔 재 넘어가기 전에 주막거리도 있었어요. 한양으로 과거시험 보러가는 길목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었다고 해요. 그곳에 돌탑이 두 개 있었는데 지금도 하나 남았다네요.”

 

따뜻한 장판에 눌러앉아 충한씨의 아내도 몰랐던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종근 어르신이 스물 둘 나이에 혼인을 올렸던 때로 돌아갔다. 진산에서 시집 온 아내는 가마타고, 봇짐 싸고, 재 넘어 이곳으로 왔다. 그땐 다 그랬듯 마당에서 온 마을 사람이 모여 잔치를 벌였다.

 

아버지 결혼 이야기를 하며 충한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종근 어르신도 멋쩍은 듯 허허 웃음 지었다. 올겨울 좀처럼 안 내리던 눈이 오던 날 옹기종기 가족이 모여 앉으니 따뜻한 온기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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