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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석의 완주공동체이야기] 귀뚜라미2019-10-15

[이근석의 완주공동체이야기] 귀뚜라미


귀뚜라미

 

무덥고 태풍으로 조바심치던 여름이 서서히 물러가고 들녘은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는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농촌은 한 고비를 넘기나 싶으면 다른 변수로 안심하고 하루하루를 넘기는 해가 없는 듯 최근에 발생한 돼지 열병으로 또 잔잔한 날이 없는 듯 싶습니다.

 

매미소리가 잦아드니 이제는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가을이 다가왔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는 구슬피우는 소리로 외로움을 느끼게 하고,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음악소리같이 들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모습도 있지만 몇 년전부터 인간은 식량대체용으로 곤충을 대상화했고 그 중에 메뚜기와 귀뚜라미가 식용으로 산업화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중국에서 닭싸움으로 도박을 하는 것처럼 귀뚜라미 싸움판을 만들어 도박에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단순히 곤충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 가진 속성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곤충이 소리내어 운다는 것은 짝을 찾는 과정입니다. 귀뚜라미의 주 활동시기인 이 즈음에 그렇게 소리 높여 우는 것도 이 행위의 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우리에게도 보는 시각, 듣는 각도에 따라 서로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받고 내리면서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개 자기의 시각을 기준으로 극히 주관적으로 보는 것이겠지요. 다른 면의 탁월한 능력을 잘 개발해서 조직이나 공동체에 활용하기엔 너무 급하게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방이 처한 환경, 조건, 말 못할 사정을 들여다보고 함께 나아가고자 한다면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고 봅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고 다양한 평가에 대한 객관적 접근이 필요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현실속에서는 이런 저런 자신의 지식의 수준은 온대간데 없고 일방적인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알려고 하는 과정이 너무 없는 것 같은 세상입니다.


조직이나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은 구성원들의 서로의 속사정을 알아가고 함께 하는 시간의 양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야 할 동반자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상대방의 약점이나 찾고 부족한 것을 보면 채워주기 보다는 공격하고 넘어지면 일으켜 줄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봅니다. 그것이 경쟁사회에서, 약육강식 사회에서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배는 후배들에게,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의지할 수 있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인생의 지혜를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가족 구성원의 지속가능한 관계를 생각해 보면 우리의 공동체는 가족이라고는 말을 쉽게 하지만 사실은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족은 서로를 보듬어 주고 슬픔을 나누고 기쁨을 함께 합니다. 한 마을에서 한 지역에서 산다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고, 함께 무엇인가를 도모하고 헤쳐 나가는 동지가 곁에 있다는 것의 중요성을 이 가을에 다시 새겨보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귀뚜라미의 울음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듣기를 소망합니다.


/이근석은 귀촌해서 고산 성재리 화전마을에 살고 있다. 전북의제21 사무처장을 거쳐 지금은 소셜굿즈센터장으로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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