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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에 옥포마을] 운제리상회 김인순씨2019-10-14

[가을날에 옥포마을] 운제리상회 김인순씨


 옛날엔 남편, 이제는 아들이 고기 잡아

 

33년째 붕어찜, 매운탕 장사

집집마다 물고기 팔아 살던 때 있었는데...”


 

운제리상회 김인순씨는 경천저수지 옆에서 33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차들이 오가는 경천저수지 옆 도로변. 늠름한 개와 하얀 고양이들이 문 앞을 지키는 가게가 있다. 86년도부터 한 자리를 지켜 온 오래된 식당. 이곳은 전국 각지에서 온 낚시꾼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 운제리상회. 문을 열고 들어가니 김인순(66)씨가 반겼다. 그에게는 장사하는 데 있어 나름의 철칙이 있다. 물고기, 닭 등 식재료를 직접 잡아서 식탁에 내놓는 것이다. 인순 씨는 아저씨가 살아계실 적엔 아저씨가 고기 잡고 이제는 막내아들이 잡아요.”라고 말했다.



저수지를 옆에 두고 있는 옥포마을. 과거엔 집집마다 물고기를 잡아 생활했었다. 하지만 현재 어부가 있는 집은 겨우 두 세 곳뿐. 인순 씨네도 그 중 하나로 아들 이근주(45)씨가 낚시를 하고 있다. 인순 씨네 가족이 마을에 터를 잡은 건 1980, 식당 장사를 시작한 건 1986년부터다.

그 때만 해도 여기 길이 달구지 하나 다닐 수 있는 정도였어요. 시내에서 버스타고 짐 짊어지고 온 낚시꾼들이 쉴 공간이 없었죠. 그렇게 낚시꾼들에게 라면 끓여주고 밥 해주고 하다가 자리를 펴게 됐어요.”

이후 남편 이정근씨가 물고기를 잘 잡아 와 물고기 장사도 시작했다. 완주에 고산장, 봉동장, 운주장, 삼례장 모두 다니며 말이다. 동네 아낙들과 함께 머리에 물고기를 이고 장터에 갔다. 아직도 인순 씨는 완주에 있는 모든 장날을 기억한다. 그는 당시 잘 잡히고 잘 팔렸던 때를 떠올렸다.

물고기만 잘 잡히면 생활이 됐어요. 다들 그럭저럭 살았죠. 우리 마을에 민물고기 팔아 장사해서 자식들 박사로 키운 집이 다섯이에요.”


화려했던 과거도 잠시. 날이 갈수록 민물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요즘 찾아오는 사람은 40~50대 중년이나 단골 고객이다. 외지에서 온 고기를 안 쓰는걸 아는 단골들은 그걸 믿고 올 터. 30년 전에 왔던 단골이 자식, 손자를 데려오기도 한다고

아들이 아버지 뒤를 이어 2대째 어부가 되었다. 아들 근주씨가 잡은 잉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장사하는 데 욕심 안 부리려 해요. 물고기도 한꺼번에 안 잡고 수조에 물고기가 어느 정도 있으면 낚시를 쉬죠. 우리 집 음식 맛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사람들 보면서 장사하는 거죠.”

2017년 정근 씨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고부터는 아들 근주 씨가 물고기를 낚는 중이다. 아버지에게서 낚시를 배우진 않았지만 근주 씨는 어부의 길을 걷기로 했다.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서 어머니의 곁을 지키기로 결정한 것. 혼자서라도 식당을 이어가려는 어머니 마음을 헤아려 이곳으로 왔다.

정근 씨의 빈자리를 아들 근주 씨가 채우며 다시 불을 밝힌 운제리상회. 33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이곳에 옛날 추억을 맛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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