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칼럼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품앗이 칼럼

> 시골매거진 > 품앗이 칼럼

[바닥의 걸어서] 마음을 돌보려면2019-06-05

[바닥의 걸어서] 마음을 돌보려면


마음을 돌보려면

 

아무래도 우울증인 것 같다. 병원에 가보지는 않았다. 우선 상담을 받아보자 생각하면서 지지난주부터 상담을 다니기 시작했다. 지난 몇 달을 돌이켜보니 가을과 겨울에는 뭐든지 할 수 있는 기분으로 많은 일을 했고, 봄에서 여름이 되는 계절이 되자 무력감이 밀려왔다. 우울하긴 했지만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는 아니어서 괴롭고 하기 싫은 채로 여전히 많은 일을 한다. 회사에 다니며 정해진 일과를 소화하고, 이렇게 완두콩에 글도 쓰고, 기분이 좀 나아지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정신건강 워크숍에도 가보고, 우울증 관련한 책도 사서 봤다.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오카다 다가시 지음)<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스콧 스토셀)를 읽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말 나는 우울증, 그것도 조증과 울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양극성 기분 장애(조울증)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력하게 든다. 작년과 제작년, 그 전 해의 일기를 들춰보며 매해 비슷한 시기에 수개월씩 무력감에 시달리다가 괜찮아지는 패턴을 다시 확인했다.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나의 일 년에는 비수기와 성수기가 있구나. 그러니 괴로운 때가 되면 언젠가는 끝난다는 걸 알고 어떻게든 버티고 잘 기다리면 되겠다고만 생각했다. 성수기의 내가 벌려놓은 일들을 꾸역꾸역 해치우고, 어떻게 하면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이런저런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가만히 있어도 괴로우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누워서 멍하니 있어도 편하게 쉬었다는 기분이 들지 않고 안절부절한 마음이었다. 집에 혼자 있어도 괴롭고 머리가 아프니, 누가 불러주면 고마운 마음으로 나가고 사람들 앞에 서는 강연이나 라디오 출연, 인터뷰 섭외, 원고 청탁 등 일거리가 생기면 마다하지 않았다. 동시에 어떻게 먹고 살까 뭘 해야 할까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앞날을 대비해 수업을 들으러 다니거나 자격증 공부를 했다.

 

작년 여름, 운전 중에 갑자기 끼어드는 차 때문에 놀라 엉엉 울었던 적이 있다. 그때 처음 신경정신과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찾아보다가 흐지부지 되고 말았는데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상담이든 치료든 부담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올해에는 월급을 받는 직장에 들어갔고 그땐 당장 상담이 필요하지 않은 성수기 상태였다. 운동을 시작했고 즐겁게 몇 달을 보냈다. 3월까지는 에너지가 넘쳐서 마라톤도 나가고 일터에서도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궁리하며 신나게 지냈다. 다행히 책에서 본 사례처럼 조증상태일 때 감당하지 못할 행동으로 자신을 괴롭히지도 않고, 우울할 때 죽고싶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극한에 겨우 버티고 서 있는 느낌이다. 내 상태를 파악하고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겠지. 책을 보고 혼자서 많은 생각을 한다고 나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생각을 덜 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쉽지 않다.

 

상담을 두 번 다녀왔는데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서 상담보다 약물치료를 해야하는 건 아닌가 싶지만 이 마음까지 포함해서 상담사 선생님과 솔직하게 대화해봐야겠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호하지만 아무말이나 쓰는 일기라도 매일 빠뜨리지 않고 쓰려고 한다. 그나마 꾸준히 일기를 써왔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의 패턴을 발견하기도 하고 겨우 하루 동안이라도 마음을 일으킬 힘을 얻는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이승철의 완주이야기 60] 소양면 명덕리
다음글
[매일설레] 과연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