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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소식] 마음이 해우소, 우리 마을의 빨래터 2019-04-01

[마을소식] 마음이 해우소, 우리 마을의 빨래터

어떻게 하면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 자연을 본받아 살 수 있을까?


하루 종일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고, 퇴비를 나르는 일이 요즈음 내 일과이다. 내가 일구는 밭은 산속에 있다. 오래전부터 버려진 땅이기도 하다. 외부와는 절연된 곳이다. 새소리를 벗 삼아 일하다가 힘들면 앉아 쉬면서 흐르는 계곡을 따라 가다 보면 동네 빨래터가 나온다.


사시사철 끊임없이 흐르는 빨래터가 있다. 여기는 동네사람들 사랑방이자 속풀이 공간, 온갖 삶에 필요한 정보가 가득하고 살아있는 삶의 공간이다.


모든 건 고이면 썩는다. 일급수의 맑은 물이 멈추지 않고 여기 물은 계속 흐르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밭에서 일하다 벗어놓은 흙이 더덕더덕 묻은 츄리닝도 빨고, 온방 마루 거실 주방을 닦고 온 먼지투성이의 걸레도 흐르는 물에 빨면 속이 시원하고 개운하다. 옆집 순덕이네가 송아지 낳은 것도 여기서 알 수 있고, 지금이 상추를 심을 때인지 고추를 심을 때인지 아는 곳도 여기이다. 이곳은 옷도 세탁하지만 나물도 씻고 일하다 온 장화의 흙도 털어내고 잘 안 닦인 솥도 가져와서 수세미로 박박 닦는다. 이상하게도 집에서 보다 잘 닦이고 일도 잘되는 것 같다. 아마도 여럿이 이야기하면서 하니 한결 수월한가 보다.


우리 동네 빨래터는 마을주민들의 마을 소식통이고 마음의 치유 공간인 듯하다. 속상한 일, 억울한 일을 방망이로 두드리고 때리다보면 어느덧 땟국물이 줄줄 빠지듯 내 마음의 응어리도 사라지는 듯하다. 단순히 빨래만 하는 공간이 아닌 남에게 할 수 없는 속마음을 털어내고 새 기운을 얻어가는 소증한 공간이다.


옛것의 소중한 것이 편리함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지금은 사람이 귀하다.

되살려내야 한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기 때문이다.


땅을 되살려 내야 하고 우리의 인간성을 되살려 내야하고 그러면서 공동체 사회에서 모두가 공동의 울타리가 되어 먹을 때 같이 먹고 웃고 떠들고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는 예전의 빨래터 같은 공간이 더 되살아났으면 한다.


/허진숙 마을기자(용진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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